“미국 동포는 뜨는 해이고 우리는 지는 해지요” 지방에서 온 한 대표가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뜨는 해는 지고, 지는 해는 또다시 뜨기 마련입니다. 다만 사는 곳의 시차가 다를 뿐입니다”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받아넘겼다. 그는 말을 이어간다.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말씀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지는 이 말 속에는 깊은 상처가 있는 듯 했다.
“자기가 태어나 자란 지역사회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재일동포는 많지만 국가 수준으로 생각하면 일본에 애착을 가지는 재일동포는 거의 없습니다. 일본정부의 인권 무시, 한인에 대한 차별적인 감정, 사회가 주는 피부로 느끼는 압력 때문이지요”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에 가면 또한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느끼는 두 면의 벽이었다.
세계 한민족 일본편(이문웅 著)은 이와같은 실상을 다음과 같이 뒷받침 한다.
「일본의 귀화제도는 완전한 일본인을 요구한다」 그랫 그들은 동화정책, (한국인의 정체성 말살) 이송정책(분리로써 골치덩어리 없앤다) 복종정책(굴욕적인 지위로 두고 억압과 차별)등 모든 수단을 쓴다. 그 결과 재일동포 60만 중 91%가 일본명(한국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수는 8.4%)을 쓰고 있고 취학 학생 86.5%가 일본학교(12.5% 조총련계, 1%가 한국계 학교)에 취학하고 있다.
이제 한국말을 하고 한국적인 생활을 하는 1세대는 사라져가고(전체의 5%0 3세대 이후의 후세대는 「조국은 없다」라는 사고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일본, 그런데 한인이라는 신분적 이유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래, 단일민족이 뭣 그다지 대단해!” 이와같이 폐쇄성에서 개방사회로 그 젊은이들도 줄달음 친다.
지난 반세기, 참으로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민족적 수모와 천대를 겪으면서 살아온 수난의 역사를 가진다. 서구문명사회라면 말도 안되는 지방 참정권을 얻기 위해 참으로 어렵고 외로운 싸움을 한다. 죄없는 사람에게 죄진 사람들이 죄값을 치루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오늘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제 2의 부자의 나라, 유엔 이사국이 되겠다는 그들이 유엔이 선포한 「소수민족의 권리」까지도 외면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소수민족은 지구상 어디를 가더라도 자기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갈 권리가 있다」(1993년 소수민족의 해)는 선언말이다. 이 기본원칙은 자연동화가 아닌 인위적인 동화정책은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강요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자유롭습니다. 떳떳하게 내 주장하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심코 내뱉은 이 말이 그의 아픈 데를 찌른 것 같다. 그들은 미국 한인들을 부러워하는 듯 했다. 여건이 허락하면 자녀들은 그곳에서 살게 하고 싶다고 전한다.
더구나 경제불황이 한인들의 사업에 회오리 치고 오랫동안 한인들의 젖줄이었던 한인계 은행이 파산한다.
웬지 우울했다. 회의가 끝나고 텅빈 회의장에 가 보았다. 동경의 명물이라는 이 호텔 정문에는 아직도 태극기가 휘날리고 그 안에 크게 내건 「해외한민족대회」 현수막이 더욱 돋보인다. 수없이 오고 간 일본사람들이 한때 북적거렸던 우리를 어떻게 보았을까.
나의 가슴은 뿌듯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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