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가 최초로 우주관광길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티토는 러시아 우주항공국에 2,000만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에 탑승, 지난달 28일 카자흐스탄을 이륙하여 8박9일의 우주 관광을 하고 있다. 그는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나자 “좋다, 훌륭하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한다.
티토의 우주여행은 그가 40여년간 키워온 꿈의 실현이라고 한다. 그는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선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최초의 우주여행을 했을 때부터 우주여행을 일생일대의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그래서 60년대 화성 탐사선의 우주비행 궤적을 고안하는 우주과학자로 출발하여 미항공우주국의 제트추진연구소에서도 일했다. 그리고 금융회사를 세워 갑부가 된 후 나이 60에 그 꿈을 실현했다는 것이다.
우주여행을 해보지 못한 우리로서는 그가 본 우주가 얼마나 좋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단히 좋았을 것은 틀림없다. 우주선 아폴로가 찍어온 지구의 사진을 보면 짙푸른 우주공간 속에 영롱한 채색의 구슬처럼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이 신비롭기까지 하다. 사진을 보는 느낌이 이러한데 우주에서 두 눈으로 지구를 바라본다면 그 찬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사물을 볼 수 있는 범위는 눈높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높은 곳에서 볼수록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된다. 비행기를 타고 1만피트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하늘 높이 떠있는 뭉게구름이 발 아래 있게 되고 구름 사이로 도시와 들판, 산과 강, 바다와 해안선이 지도처럼 드러나 보인다.
또 그처럼 높지는 않더라도 등산으로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 발 아래에 깔린 산봉우리와 탁 트인 시야를 내려다보는 기분은 등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맛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높은 곳일수록 시계가 좋기 때문에 도시의 고층아파트는 층수가 높은 방일수록 좋고 값도 비싸다.
그런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만 사물을 제대로 알려면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요즘은 TV와 비디오가 세계의 구석구석을 안방에서 비춰주고 있는 시대이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내가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고 그 공기를 호흡하는 여행이야말로 생생한 체험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5월의 메모리얼 데이부터 본격적인 휴가시즌이 시작되는데 이 시즌에 여행이 절정을 이루어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행으로 직접 관광지의 풍물을 대해보면 TV나 비디오를 통해서 보던 것 보다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여행도 잠깐 스쳐가는 여행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머무르면 더 깊이 알게 되고 아예 한 곳에 정착하여 살아보면 그 곳을 더욱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이유로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여행객들 보다 외국물정을 훨씬 잘 아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흔히 인생을 나그네길이라고 하여 긴 여행에 비유한다. 사람들은 인생을 사는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데 그것은 마치 미지의 지역을 여행하는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즐기기 위하여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애쓰는데 이 모습도 관광여행과 흡사하다.
그러나 사람은 인생에서 누구나 높은 곳에 올라갈 수는 없다. 높은 곳에서는 더 멀리 또 넓게 보이기 때문에 사람이 생각하는 차원도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2,000만달러를 지불할 수 있었던 티토만이 우주 관광을 할 수 있듯이 소수의 사람들만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은 재미나 즐거움이 없는 인생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많이 보고 넓게 보는 것 보다도 자신의 시야에 들어있는 구석구석을 자세히 보는데서 관광의 멋과 맛이 있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이 편한 길이지만 가시밭길을 헤치면서 고생스럽게 한 발짝씩 나아갈 때 느끼는 감사의 마음이 더욱 소중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인생의 여정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여행자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우주 여행보다 더 ‘좋고 훌륭한’ 그런 인생길을 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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