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종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실상 어느 종교가 옳은지, 그른지는 아직도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해 혼돈을 겪고 있다. 다수를 차지하는 기독교 외 천주교, 불교 신자가 주를 이루는 동포사회에서도 보면 어떤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어떻게 그들이 그렇게 종교에 깊이 몰두할 수 있을까 의아할 때가 많다. 때로는 열심히 종교생활을 하고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랄 때 철저한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따라 자주 물과 산새가 좋은 절을 찾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온 가족이 기독교로 개종, 이따금 그들과 만날 때마다 왜 교회에 다니지 않느냐고 귀찮게 하는 바람에 교회를 드나들기는 하지만 실은 그저 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정도이다.
매주 일요일이면 거의 습관적으로 가족들을 만나 예배하고 친교시간 갖고 집에 돌아오는 마치 시계추와 같은 생활을 해오고 있는 터다. 1년이 다 된 지금까지 솔직히 기독교냐, 불교냐? 여전히 갈등을 하고 있다.
요즈음 미국사회는 동양 종교에 대한 바람이 새로이 불기 시작, 서양의 종교가 도전을 받고 있다. 자못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뉴욕 시에만도 천주교 학교가 3개교나 문을 닫는 가 하면, 신부 1백 명 자리에 충원되는 숫자는 불과 6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소식이다. 기독교도 전통적으로 내려져 온 이론에 여러 가지 논란이 따르면서 절대 신자 수는 급속히 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철저한 카톨릭 가정에서 자라 예일대에 이어 하바드 신학대학원 출신의 현각 스님(본명 폴 뮌젠)의 자서전 ‘만행-(하바드에서 화계사까지)’이 40만 부가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만 보아도 현대인들이 동양의 불교사상이 지닌 의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현각스님은 미국에 첫 불교 포교자인 숭산 스님의 설법강의에 감명을 받고 불교에 귀의, 프로비던스에 있는 젠 센터(한국식 절) 주지에 이어 현재 한국의 현정사 주지로 있는 미국인이다. 동양종교와 관련, 또 하나의 새로운 경향은 인도의 요가가 언제부터인가 미국사회에 굉장한 속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신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고 보면서 인간의 초능력적인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는 티벳의 불교에도 일부 미국인들은 크게 감명을 받고 있다 한다. 즉 인간에 내재돼 있는 정신적인 힘을 어떻게 발현시키느냐에 따라 인간의 능력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휘될 수 있다는 원리에 공감들을 하고 있다.
청교도 정신을 배경으로 정통적인 기독교를 숭상하는 미국사회에서 이처럼 동양의 종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절대신자수가 불어나는 반면, 기독교 인구감소 현상을 가져온 신흥종교의 바람이 절대적인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종교 원리는 어떻게 보면 ‘신은 이미 죽었다’고 한 니이체, ‘신은 자기 마음속에 있다’고 한 소펜하우어 같은 철학자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한 소크라테스 같은 성인의 인간을 바탕으로 한 논리를 생각할 때 역사적으로 대단히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주 만물의 흐름은 물론, 인간의 모든 죄와 벌도 다 ‘신에 의해 움직여진다’고 보는 기독교와 달리 불교는 모든 것이 다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지극히 인간 중심의 현실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 종교이다. 기독교와 불교가 신과 인간을 중심으로 교리자체는 완전히 다르지만 기독교가 사랑을 모토로 하고 있고, 불교가 인간의 마음을 강조하는 종교라고 볼 때 궁극적인 귀착지는 하나로 모아진다.
이 세상 모든 만물과 인류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것은 지금까지는 물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종교의 힘밖에 없다. 한계점에 도달한 세상의 법질서와 윤리 도덕, 교육의 상실을 메꿔갈 수 있는 정신적인 근간은 오로지 종교뿐이다. 무엇이건 간에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세상에서 초연히 버텨낼 수 있는 근본적인 양식을 얻는 길은 역시 종교에의 귀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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