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있는 한 단체의 경우 평소에는 참여도가 극히 저조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 과열선거가 된다고 한다.
주변사람들에 따르면 이렇게 회장이 되려고 애를 쓰는 이유는 한인단체장을 자동케이스로 위촉하는 이른바 평통위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체장이 되면 평통위원이 되어 마치 한인사회의 대표나 유지가 된 것 으로 착각하거나 관직이나 명예를 얻은 것으로 기분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통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통일정책의 수립 추진을 자문하고 통일정책의 지지기반을 확산하는 자문 및 홍보기관이다. 지난 80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할 때 유신시대의 통일주체국민회의와 비슷한 전국조직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남기면서 이름과 기능을 바꾼 것이다.
처음에는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라고 하다가 87년 민주평화통일정책 자문회의로 이름을 고쳤는데 중앙사무처와 국내지역협의회, 해외지역협의회에 현재 위원의 수는 1만4,142명이라고 한다.
2년마다 교체되는 평통위원은 해외의 경우 현지공관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교체기만 되면 한인사회는 평통인선문제로 언제나 소란이 벌어진다. 자천, 타천으로 평통에 들어가려고 운동을 하고 심지어는 한국의 고위층에 줄을 대는가 하면 추천이나 임명에서 탈락된 경우 공관이나 위원이 된 사람들을 비방하는 등 심한 후유증이 또 한바탕 시끄러워진다.
한인들이 한인사회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면서 이해관계와 친소관계가 얽히고 설켜있는데 이런 문제가 평통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또 말썽을 일으킨다고 한다.
자기만 위원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포함시켜야 하고 누구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회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는 등 분란이 끝이 없다. 지난번 9기 위원 선정 때는 DJ측근으로 활동했던 한인들이 공관과 는 별도의 추천명단을 만들어 물의를 빚은 적도 있었다.
이렇게 말썽이 끊이지 않자 금년에 뉴욕에서는 인선위원회까지 발족했다. 총영사와 한인회장, 전현직 평통지역협의회장 등이 위원이 되어 인선기준과 추천 제외 기준을 공개 발표하고 신청자를 공모 접수하는 이례적인 방법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인선기준과 추천기준에 이의를 걸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평통이 평화통일정책을 자문하고 홍보하는 기관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자문의 역할은 없고 홍보의 기능만 있다고 볼 수 있다. 통일정책에 대한 건의를 할 경우에도 이미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 범위 안에서 건의하는 정도이며 정부시책을 홍보하는 역할이 더 크다.
그래서 재야시절의 YS와 DJ는 군사정부의 홍보도구인 평통을 폐지하겠다고 말했으나 집권 후에는 오히려 정부 홍보에 활용했다. 그러므로 평통은 재미한인사회의 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라 한국정부의 기관이다. 평통위원이 한인사회의 대표가 아닌 것처럼 평통위원의 선정이 한인사회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정부 자체의 필요에 따라 선정하는 것이므로 한인사회에서 평통의 위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평통에 들어가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는 평화통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한국에 인맥을 만들어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거나 사업상 혜택을 받으려고 하거나 개인적 명예를 생각하여 평통위원이 되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통위원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생각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된다. 자신이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한국정부에서 하라고 해도 꼭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 평통위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평통의 인선문제가 한인사회에 평지풍파를 일으킨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화통일」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인사회에 불화를 일으키고 분열을 초래하는 평통이라면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평화통일이나 평통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통일문제가 비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추태를 보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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