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에 우는 한인여성 많다
▶ 1. 셸터에서 안정찾은 피해자들
13일은 어머니날. 자식과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다. 그러나 뉴욕의 어느 한 한인 가정의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10일 현재 뉴욕아시아여성센터가 운영하고 있는 가정폭력피해자 셸터 입주자 30명 중 50%가 한인이며 가정문제 연구소(소장 레지나 김)와 뉴욕가정상담소(소장 정혜숙)를 통해 셸터에 피신해 있는 여성은 10명, 자녀까지 합치면 50명이 넘는다. 이외에도 남편의 폭력이 두려워 몰래 숨어있는 한인 여성은 10여명에 달한다. 한인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심각한 가정 폭력을 조명한다.<편집자 주>
브루클린의 한 주택가에 있는 김모(40)씨의 거주지는 밖에서 보기에 평범하고 안온한 집같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가면 일반 주택과 달리 여러 개의 비밀 출입구가 마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설 셸터인 이 은신처마저 폭력 남편에게 노출됐을 때 무사히 도망쳐나가기 위해서이다.
김씨는 한국에서 어렵게 살다 남편이 먼저 도미해 자리를 잡은 후 관광비자로 딸과 함께 뉴욕에 도착했다. 둘째를 낳고 남편이 바람피운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정기적으로 날아오는 남편의 주먹이 무서워 별다른 반항도 못하고 지내왔다.
지옥같은 생활이 반복되던 7개월전 점심을 먹으로 집에 들어온 남편에게 라면을 끓어주었다가 맛이 없다는 이유로 냄비로 머리를 맞았다.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김씨는 전문의로부터 뉴욕아시아여성센터 전화번호를 전해 받았다. 이 전문의는 김씨의 몸에 있는 멍자국이며 상처가 만성적 폭력으로 생긴 것임을 한눈에 알고 이 기관을 알려준 것이다.
김씨는 며칠 고민하다 한인 카운슬러에게 전화했고 6개월간 접촉을 통해 홀로서기를 준비 했다. 상담자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심각한 가정폭력 피해자인 것을 깨닫고 집에서 탈출, 독립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두려움에 떨던 딸(6)과 아들(4)도 김씨의 의견에 따랐다. 영주권을 가진 남편의 서류를 챙겼으며 두 자녀도 전문가와 상담케해 앞으로 있을 생활변화에 대비토록했다.
김씨는 이틀간 외박한 남편이 한국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간단한 짐을 챙겨 두 자녀와 집을 나섰다. 뉴욕아시아여성센터의 조로사 카운슬러와 제이미 김 소셜워커를 만나 셸터로 이동했다. 셸터에 먼저 입주한 박모(43)씨로부터 환영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3주간 안정을 취하면서 먼저 입주한 한인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네일살롱일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셸터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은 3개월로 정부보조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까지 독립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하는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현재 맨하탄의 작은 네일가게에서 주급 500달러를 받는 김씨는 난생 처음 한 일이지만 재미있고 즐겁기만 하다. 두자녀 역시 셸터에 입주한 같은 또래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전학한 학교에 적응도 잘하며 표정이 밝아져 김씨는 평온을 되찾았다.
김씨의 소원은 가정폭력피해자를 위해 신청한 영주권 VAWA(Violence Against Women’s Act) 서류가 잘 풀려 남편 도움없이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민수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