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들은 미국에서 알뜰하게 살기 위해서 애쓰는 얘기들을 나눈다. 그중에서도 부지런히 일하는 것, 좋은 교육, 바른 종교생활, 그리고 그 때마다 틀림없이 나오는 인종차별문제 등은 보다 중요한 얘기꺼리가 된다. 그로서리를 운영하는 우리 동포들은 아직도 서울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얘기들을 나누는데 그 중의 하나가 손님들이 “너의 나라로 돌아가버려라”고 소리 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플러싱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또 미국의 중요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높은 윗자리에 진급되는 것을 막고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뚫기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있는가 하는 얘기도 나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으며 우리들은 어떻게든 인내심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우리의 기반을 튼튼하게 발전시켜야 되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동포사회에는 또 다른 형태의 차별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겠다. 즉 한국사람들 끼리의 차별행위이다. 비유를 들어서 말하자면 일선에서 자기 민족을 위해 전쟁을 하고 부상한 군인이 위로받기를 기대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오히려 자기 나라 사람들이 기관총으로 이 군인을 쏘아대는 것 같은 얘기이다. 그런데 이런 얼투당투 않은 일이 우리 동포사회에서 가끔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변호사로써 나의 경험을 얘기해 보자. 가끔 이런 소리를 듣는다. “한국인 변호사는 너무 약해, 유태인 변호사나 하다 못해 이태리 계통 변호사를 써야돼” 독자 여러분들 한 번 솔직히 말해보라. 이런 말을 한번쯤은 했을 것이다.
유태계이든 한국계이든 좋은 변호사와 나쁜 변호사가 있다. 또 같은 한국계 변호사라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미국 일류대학과 일류 법과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개인 개업과 정부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한국계 변호사가 한국동포사회에 돌아와서 일을 하려할 때 이런 말을 듣는 것은 마치 기관총알에 맞는 것 같은 심정이다. 단순히 한국인의 뿌리를 갖고있다 해서 “약하다”고 판에 박은 낙인을 찍는다는 것은 우리 문화 속에 뿌리박혀 있는 도차된 편견이며 잘 검토해서 근절해야 될 일이다.
나는 지금 뉴욕 시내에서 조그마한 법률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는 유태인 변호사를 동업자로 쓴 일도 있다. 그런데 그 때 흔히 있었던 일인데 한국인 손님들이 찾아와서 상담을 하면서 부탁하기를 자기들 일은 그 유태인 변호사한테 맡겨서 일을 하게 하고 나는 통역이나 해달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가 찬 일이다. 나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었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자존심 문제는 제쳐놓고 나에게는 어떠한 인종차별자와도 일을 하지 않는다는 개인정책이 서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나의 변호사 사무실도 그런 사람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우선 우리들 자신이 거울을 들여다 보고 우리들 문화 속에 인종편견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되겠다.
우리들은 미국에 와서 살면서 인종차별 때문에 설움도 많이 받고 또 인종차별을 때려 부수려고 무단히 노력하고 있다. 인종차별은 하나의 독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들 자신이 우리들을 이와같은 인종차별의 독으로 희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사숙고해서 이것 또한 바로잡아야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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