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유물에 의존해 선사시대 인류의 자취를 연구해야 하는 고고학자들의 작업처럼 어려운 일도 없다.
인공적으로 제작된 타제석기 마제석기 토기 등등 유물의 절대연구를 밝혀내는 일은 이들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과거에는 나무의 나이테로 연대를 측정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지금은 과학적인 방사선 탄소 측정법 등의 개발로 유물의 연대 측정이 훨씬 수월해지고 정확도도 높아졌다.
그중 방사선 탄소 측정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근래의 고고학계는 눈부신 학문적 개가로 과학기술에 힘입은 바 크다. 얼마 전 필자는 부활절 예배 때에 교회 내에 걸려있는 예수님의 사진들을 보면서 예수님의 얼굴을 본 사람이 있을까.
예수나 마리아, 성인을 눈에 보이는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현한 성화(聖畵)속의 인물들은 그들의 실체와 같을 수 없다. 그것은 성화를 뜻하는 아이코노그라피(Iconography)가 이미지(icon)와 쓰기(to write)의 합성어 사진인 데서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적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성화들일진데.
실제로 중세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 유럽 전역에서 제작된 성상화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초상화는 시대와 각국의 예술가들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그려지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성서의 내용과 달리 예수님이 유럽 귀공자 풍의 얼굴로 표현돼 있다는 점이다.
성당에 들어가 보면 눈에 띄는 것은 마리아나 예수님 상(像)이다. 그런데 동방정교회에서는 그림은 허용하지만 조각상은 우상으로 간주해 교회를 온통 그림으로만 장식했다.
한국인의 눈에 익은 예수님의 얼굴은 유럽의 성화 속에 자주 나오는 예수라기 보다는 미국식으로 변형된 긴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예수님 상인데 개신교의 전도지 등에 그림으로 많이 등장한다.
50년대에 운보 김기창 화백이 추상화 해 그린 갓 쓰고 도포 입은 예수상도 웬지 낯설고 어색하다. 또 영국의 BBC가 다큐멘타리 ‘신의 아들’을 제작하기 위해 복원한 예수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도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브라운색 피부와 짧은 곱슬머리에 콧수염, 턱수염은 농부의 얼굴을 닮은 것 같다. 그러나 고대 유대인의 두개골
및 이라크의 예수상을 토대로 한 첨단법 의학기법과 컴퓨터를 써서 만들었다니 실제 인물에 가까운 모습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 어차피 성화처럼 예수님의 본 얼굴은 아닐테니 실망할 필요는 없을 뿐더러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님의 상은 이해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우리는 역사의 한 가운데서 성서 속의 예수님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인간의 종교적 상상력이 그만큼 움츠려 드는 것은 아닐진대 새 얼굴의 예수님상이 등장할 메시지는 계속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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