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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고 68회 동창들 33년만에 만나
"... 연회실 앞 복도에 놓인 접수 테이블에 앉아서 나는 가슴을 설레며 아는 얼굴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곱시가 가까워지자 중년 여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33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모습은 변했지만 낯익은 구석이 여기저기 잔재해 있었다.
"어어. 너! 너로구나!"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눈이 마주치면 씩 웃고, 차츰차츰 먼지 쌓인 거울을 닦아내듯 낯익은 옛 모습들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사이엔가 주름살이나 화장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우리는 갈래머리의 여고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멀리 파리에서 날아와 열정적으로 피아노를 연주해준 김세정. 교수님이라는 타이틀이 너무나 어울리는 연세대 의대 이혜리의 ‘노화방지’ 강의, 활기와 재기가 넘치는 한미은행 한숙희 부행장의 ‘지혜로운 여성의 돈관리’ 강의를 들을 때는 전문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의 모습에 가슴 뿌듯해졌다.
이튿날 아침 LA에 사는 동창들이 호텔 방으로 삶은 계란, 찐 고구마, 샌드위치들을 줄줄이 들여왔다. 침대 위에 올라앉아 우리는 희희낙락 즐거웠다... 다음날 우리는 두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그랜드 캐년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한명씩 나가 간단한 자기 소개를 하는 동안 우리는 33년의 베일을 순식간에 벗으며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직함 등을 다벗자 하나같이 잘 여문 밤같이 아름답고 성숙한 여인들이 드러났다.
그랜드 캐년의 장엄한 아름다움에 감격하며 우리는 이화의 노천극장에서 늘 했듯이 예배를 드렸다. 버스 안에서 즉석으로 구성된 성가대의 찬양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는 우리의 가슴을 적시며 깊은 계곡 속으로 스며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라스베가스에서 화려하기 짝이없는 쥬빌리 쇼를 보는동안 한국에서 온 동창들은 피곤에 지쳤지만 팔십불씩 낸 돈이 아까와 눈을 부릅뜨고 한 시간반을 버텼다... LA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는 친구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애정어린 충고가 줄을 이었다...
오하이오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가는 차속에서 나는 다시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어린 시절의 한 세월을 같이 살며 추억을 공유했고 이제는 함께 늙어가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할 친구들이 옆에 기라성같이 있는데 왜 난 그동안 그렇게 외로워했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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