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내가 살고있는 남부뉴저지 동네는 한참 시끌벅적하다. 이유인 즉 구멍가게 정도의 한국식품점만 있던 이곳에 뉴욕의 대형 식품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에 가보니 넓은 매장에는 너무도 정리정돈 잘된 상태로 상품들이 펼쳐있고 그 많은 품목들은 하루종일 세어봐도 다 못 세어볼 것 같아 조금은 질려버리는 느낌이었다.
품질 또한 모두 다 최고의 상품들이며 과일, 채소들도 밭에서 갓 따온 상태 같았다. 더군다나 남자들이 즐겨먹지만 이곳엔 없어 멀리 뉴욕까지 원정가서 먹고오던 활어 코너도 생겼으니 그 기쁨은 대단한 것이다.
나도 기억조차 아물아물한 붕어빵을 사먹었으며 비디오를 통해 광고에 나오던 김치냉장고도 구경하고 왔다. 꼭 내가 고국에 가있는 느낌 속에서 돌아오는 길에 창문밖으로 비춰지는, 매주마다 가던 정들었던 그 작은 한국식품점이 눈에 들어오자 나의 마음은 갑자기 죄인이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남을 죽여야만 내가 사는 자본주의 체계 속에서 우리가 살고있지만 우리동네 모든 한인들이 기뻐하며 샤핑을 즐기고 있을 때 저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그 작은 동포 가게의 주인 심정은 어떠할까.
필라델피아에 큰 식품점이 들어왔을 대에도 몇 가게가 문을 닫아야만 했는데 너무도 마음이 안타깝다.
이민와서 한국식품점으로 크게 성공하여 미국 전체 한인들이 있는 곳마다 지점을 내시는 분들이나 또 나처럼 큰 식품점이 가까운 곳에 열린 것이 기쁘고 편리하여 신나게 샤핑하는 우리 소비자들은 좋지만 소자본을 갖고 생계를 영위해 오던 주변의 한인식품점 주인의 입장도 한번쯤 생각해 봐야겠다.
대형마켓을 곳곳에 여는 분들은 동포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부를 쌓고 있다. 그러나 소형업소의 주인은 삶의 터전을 잃고 당황과 실망속에, 아니 매일같이 혹은 매주마다 반갑게 거래하던 손님들이 떠나감에 배신감마저 느끼며 절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두 잘 살아보려고 고국을 떠나온 동포가 아니던가? 미국땅 한구석에서 고국의 상품 몇가지를 놓고 구멍가게를 꾸려가며 나름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키워나가는 그분들 보다는 월등히 나은 처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새 지점을 차리게 될 때는 자연히 그 지역에 있는 교포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피해를 덜어주거나 오히려 도움을 줄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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