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활 9년 째! 어찌 어찌 하다보니 강산이 한 번 바뀐다는 세월을 남의 땅에서 살았다.
반벙어리 마냥 끙끙거리는 영어라도 때로는 우리말 보다 영어가 더 표현하기 쉬울 때가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 진다’고 했던가. 고국이 내 눈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학창시절 조금이라도 더 성적을 올려 보려고 죽기 살기로 매달렸던 한자도 내 눈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서 기억이 아물아물, 신문을 읽으면서도 막연히 이게 ‘무슨 글씨 였더라’ ‘아마 그럴 꺼야’ 였다로 대충 읽고 넘어가게 되었다.
신문이나 책을 봐도 이제는 우리 세대에 쓰지 않던 새로운 말들이 많아서 가끔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분명히 띄어 읽어야 하는데 붙여 읽으면서 새 말이 되어있고, 줄임말 때문에 엉뚱한 단어로 해석되기도 한다.
2-3년 전인가 여름 방학에 한국에 갔을 때는 무슨 말끝에 ‘당근이지’ 하길래 아니 웬 동문서답! 당근 얘기는 하지도 않았는데 ‘당근이지’가 대답으로 나오나 했더니 ‘당연하지’를 ‘당근이지’라고 표현한단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근원이 된 말인지는 알 수가 없었어도 유행이라는데 하며 지나쳤는데 작년엔 ‘당근이지’가 ‘말밥이지’로 바뀌었다. 이유는 말이 좋아하는 것은 당근, 당근은 말이 먹는 밥 그래서 당근과 말밥은 일맥상통, 그리하여 만들어진 새 말은 ‘당연하지’가 ‘당근이지’로 또 ‘당근이지’가 ‘말밥’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정치사만큼 화려한 언어변천이 되었다.
며칠 전 신문에서 ‘우수 특목고(高) 생 유치 고육책’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우수’와 ‘유치 고육책’까지는 그런대로 말을 이해하겠는데 ‘특목고’는 뭔가?
‘특목고’라는 말은 ‘특수 목적 고등학교’를 줄인 말이다.
특수 목적 고등학교는 ‘체육학교’ ‘예술학교’ ‘과학학교’ ‘외국어학교’ ‘종교학교’ 등등 전국에서 그 목적에 따라 우수한 학생만을 선발하여 특별한 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고등학교이다.
신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읽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말 사전에도 옥편에도 없는 단어를 줄임말로 만들어서 우리말 사용에 혼돈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오랜 외국 생활로 우리말은 잊혀져가고, 남의 말은 아직 서툴러 반벙어리 인생인데 정확하고 좋은 우리말을 몇 글자 아끼자고 줄여서 엉뚱한 말 만들어 놓지 않았으면 한다. 최소한 우리말 신문 받아보고 이해 못하는 서글픔은 없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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