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여년을 자신의 쾌락과 만족을 위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한 여인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를 남겼고, 사랑하는 두 아이에게 늘 공포증에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우울증을 만들어주고, 급기야는 학교까지 중단하게 만들고,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무참히 파괴해 버린 아주 못된 가정 파괴범입니다.
나의 무모한 ‘일확천금’에 대한 집착 때문에 망가질대로 망가져서 엄청난 도박빚과 채권자의 빚 독촉, 가족을 몰살하겠다는 협박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괴로움과 압박감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자살도 여러번 생각해 보았고 방황하고 있을 때 아내의 마지막 담판을 요구하는 독촉이 들어왔습니다.
“이혼장에 싸인을 해주겠느냐, 가정문제연구소의 ‘단도박 모임’에 나가겠느냐”
선택의 여지도 없이 면박과 질책, 추궁으로부터 우선 모면하기 위해 단도박 모임(G.A.)을 찾았던 것이 어제같은데 이미 22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G.A. 모임에 나오면서도 그저 의무적으로 아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왔을 뿐이지 도박병이 치유되리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이 모임을 하는 동안 도박을 안 함으로써 몇십배로 정신적 물질적으로 더 버는 것이라면서 한 협심자가 내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치유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 이 순간이 있기까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무던히도 참고 아픔을 이기고 열심히 애써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하고, G.A.의 선배님들, 협심자들의 가식 없는 관심과 애정이 그동안도 몇 번이나 유혹에 흔들리던 이 못난 도박 중독자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내 자신은 불안정하고 언제 또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아 한시라도 방심하지 말고 자랑되고 보람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주님께서 꼭 지켜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내와 인연을 맺은지도 24년, 나의 무모한 도박으로 인해 곱디 고왔던 아내는 나 때문에 희생하느라 세월에 지쳐버린 포기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가족과 여러 협심자들 앞에 약속하건대, 지난 날 도박에 미쳤던 남편은 이미 죽었고 오직 당신과 우리 아이들, 그리고 G.A.와 함께 하는 새로 태어난 남편이 될 것입니다.
여보, 힘들고 괴롭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오. 잘 참아왔잖아요.
힘 냅시다.
뭔가를 꼭 보여줄게요.
G.A. 협심자, 그리고 나의 아내, 두 아이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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