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는 한 일생의 시간을 나누어 본다면 하루는 한쌈지며 한달은 한 뭉치이고 일년은 한다발 정도이다.
그 몇 다발도 안되는 일생이란 도화지에 희망과 절망을 그려내고 기쁨과 슬픔과 비애도 그려낸다.
꿈으로 엮여있던 초록의 십대가 곧 희망과 열정으로 버무려진 푸른색의 청춘이 되고 그 푸르던 청춘이 손꼽아 볼 사이 없이 가고나면 또 회색의 색깔을 입어가며 덧없는 나이가 들어찬다. 사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순서도 많고 절차도 많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은 짧다는 것이다.
짧은 인생살이에 새겨진 많은 경험과 겪었던 일들을 추억이라 하면서 이야기로 엮어서 뒤돌아 본다. 어떤 것은 기쁨이 되어 다시 안아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비애가 되어 슬픔으로 되새겨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 모두가 회한으로 남을 뿐이다.
그러나 기쁨도 없고 비애도 없는 그리움이 있으니 그것이 곧 향수다. 실향민에게는 추억도 있고 향수도 있다. 실향민의 재산이다. 집을 나와 사흘이면 소매끝에 낀 때만 보아도 집 생각이 난다고 했는데 하물며 고향과 고향산천을 멀리 두고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들에게 어찌 그리운 것이 없겠는가?
친구따라 강남도 간다고 했는데 온 정을 쏟으며 지내던 친구들이 어찌 눈앞에서 사라져 없어지겠는가?
인간은 속내가 여리면서도 눈은 부릅뜨고 산다. 그러니 불안전한 사회에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그 불완전을 완성의 길로 가는데에는 예술도 아니요 문학과 철학도 아니고 성현군자의 가르침도 부분적인 참고서일 뿐 명약이 아니다. 명약은 역시 종교다.
각고의 노력으로 스스로 완성을 획득하는 명약에는 불교가 있으며 마음의 가시를 뽑아주고 인성을 순화시켜 주면서 완성의 길로 이끌어주는 명약에는 기독교 이상의 약이 없다.
어떤 형태의 인간을 완전한 인간으로 볼 수 있으랴 하는 정의를 애써 찾아본다면 온유와 친절을 행사하여 사랑의 근본을 알고 사랄을 실행하는 사람이다.
봄은 갔지만 잠깐 왔다 간 봄은 온유했으며 친절했으며 사랑을 알고 실천했으니 그 자리마다 꽃이 피었다.
봄은 종교와 같았으며 신호등이었다. 신호등은 지켜주어야 신호등이고 신호등은 제 구실을 제대로 하여야 신호등으로 지켜주게 된다.
완성으로 가는 길에는 신호등이 많다. 해도 좋다는 파란불 앞에서 우리는 정진해야 하고 조심하라는 노란불 앞에서 우리는 속도를 줄이고 점검해볼 필요가 있으며 하지말라는 빨간불 앞에서 우리는 재정비를 하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기다리는 재미도 실상은 만만치 않다.
늦어오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데에도 기다리는 동안 하게되는 이 생각 저 생의 재미가 있고 공부를 하는데에도 성공의 영광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기다림은 시간이다.
시간은 무형이지만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유형이 남으며 그 유형의 모양새 때문에 사람은 만사에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완성을 위하여서다. 완성이란 결코 없다고 해도 완성으로 가는 길과 그 노력은 완성 그 자체보다도 아름다운 것이다. 그것을 돕기 위하여 성인의 가르침도 있고 현자의 지혜도 있고 군자의 실천도 본보기로 나와있는 것이다.
완성의 조건과 완성으로 가는 최상의 방법은 동일하다. 온유와 사랑과 친절이다.
개인이 온유하면 경계를 버리고 집안이 온유하면 긴장을 버리고 마을이 온유하면 담장을 버리고 나라가 온유하면 무기를 버린다. 개인이 온유하면 여유를 얻고 집안이 온유하면 화평을 얻고 마을이 온유하면 이웃을 얻고 나라가 온유하면 평화를 얻는다.
사람은 누구나가 우환에서 살다가 평화에서 죽는다. 전쟁에서 살지만 평화로 간다.
봄은 또 갔지만 서릿발 휘날리던 융동의 겨울을 밟고 해마다 평화와 온유를 위하여 노심초사하다 가는 봄의 뒷등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해 보는 노변의 회한이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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