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민병갑(퀸즈칼리지 사회학 교수)
많은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 정착한 어떤 소수 민족이건 열심히 일하고 자녀교육에 전념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소수 민족이 정착한 국가의 소수민족 정책 및 특정한 소수민족에 대한 지배 민족의 편견과 차별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논리가 잘못된 것임을 우리는 재일 동포들의 예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재일 동포의 절대 다수는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의 전쟁 수행을 위해 징용이나 징병으로 강제로 일본에 끌려간 사람들과 그 후손(2, 3세)들이다. 그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계속 일본 정부와 일본 국민들로부터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 결과 재일 동포는 미국의 흑인과 비슷하게 사회 진출에서 일본인에 뒤지고 있으며, 청소년 범죄도 높다.
며칠 전,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학술 대회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재일 동포의 1/3 정도(25만 명 이상)가 거주하는 오사카 시에 들려, 우리 동포들의 일본 사회 정착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우선 한국계 동포 4만 명 이상이 집중해 사는 이쿠노구의 한인촌에 들렸다. 이 한인촌은 미국 대도시의 흑인 지역처럼 오사카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빈촌에 속한다.
뉴욕의 플러싱 지역은 한국인 이민 1세들의 일시 경유지이고 2세들의 경우에는 교외에 거주하는 비율이 많지만, 이곳 오사카의 한인촌에 사는 동포들은 우리말은 물론이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거의 완전히 잃은 2, 3세들로, 대부분이 노동과 같은 막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것은 오사카 한인촌이 미국 대도시의 흑인지역처럼 세대에 관계없이 주류 사회와 분리된 소수민족지역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쿠노구에 거주하는 한국인 수는 그 지역 전체 인구의 1/3 정도인데, 그 지역내의 일본 하류층으로부터도 차별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그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동포들은 언어나 모습에서 일본인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일본인으로 행세해서 일본인의 차별을 피하려 한다고 필자를 안내한 분이 설명해 주었다. 한 예로, 이쿠노구에 거주하는 한인들 집의 문패를 둘러보았는데, 많은 재일 동포들이 성을 일본식으로 두 자로 바꾸어 넉 자의 한자로 된 이름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신도의 90 %이상이 일본인으로 구성된 한 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1세 한인 목사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일본 경찰이 한국계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동포들을 가혹하게 다룬다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역설했다. 특히 일본 경찰의 한국계 청소년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 반동으로 한국계 청소년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이미 여러 학자들이 지적한 사실이다. 이것은 미국의 흑인 청소년들이 높은 실업률과 백인 경찰의 차별적 가혹 행위 때문에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재일 동포들은 차별 때문에 공무원이나 전문직에 진출해 일본 사회에서 크게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대부분이 빠찡꼬, 식당업, 부동산업 등 주로 사업에 집중해 있고, 그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재일 동포는 꽤 많이 있다. 재미 동포의 경우, 언어 장벽을 많이 겪고 있는 이민 1세들은 자영업에 주로 종사하고, 2세들은 의사, 변호사, 교수직 등 전문직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비하여, 재일 동포는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비전문직 상업에 집중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일본 정부는 한국계 학생이 많은 학교에, 방과후 한국계 학생들에게 2시간 동안 한국의 문화, 역사에 대한 교육을 하도록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약간의 소수 민족 정책을 개선한 흔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소수 민족 정책은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재일 동포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일본 정부 스스로가 바꿀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이상, 재일 동포는 단결해서 일본 정부와 맞서 시대 착오적인 소수민족정책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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