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6월5일 오후 7시. 뉴욕시 FDR 고속도로의 퇴근길 러시아워 교통을 뚫고 기자가 찾은 곳은 뉴저지 포트리에 있는 초라한 모텔이었다.
총각 기자가 초저녁에 모텔을 찾았다는 사실에 대해 의아해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기자가 ‘스카이뷰 모텔’을 찾은 이유는 휠체어를 타고 장장 9개월간의 미 대륙횡단에 성공한 1급 중증 장애인 최창현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교적 가르침을 받고 자라난 대부분의 한인들이 그렇듯 기자 역시 전신이 마비된 최씨를 만난 순간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일종의 동정심을 숨길 수가 없었다.
최씨에게 물었다. “교통사고를 당하면서까지 대륙횡단을 강행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그 질문에 그는 “희망과 의지는 팔과 다리를 못쓰는 본인에게도 꿈을 줄 수 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최씨에게 또 물었다. “아름다운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냐”고. 최씨는 그 질문에 대해 “팔과 다리를 쓰지 못해 빨대를 불어 움직이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왔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지 못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눈보라와 태풍을 헤쳐가며 지내온 9개월이었지만 최씨는 우리들에게 ‘인간의 집념은 위대하다’라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뉴저지의 초라한 모텔에서 머문 최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기자의 마음은 ‘동정심’에서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그 존경심이란 맨하탄 호화 호텔에 머물면서 만인들의 스팟 라이트를 받는 대통령이나 변호사, 의사들에게서 느끼는 존경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존경심’이었다.
2001년 6월 5일 오후 7시. 지난 7년간 언론계에 종사하면서 가장 보람있고 뜻깊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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