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이영호(은총교회(NJ)담임목사, 뉴비전 사무총장)
지금은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예비군 훈련을 나가게 되면 정관수술을 하라고 몹시 독촉하던 시절이 있었다. 산아제한을 해야 한다고, 선진국일수록 자녀들 숫자가 더 적다고 훈련 나온 예비군들을 설득하곤 했었다.
기왕에 할 사람들은 공짜로 수술도 받을 수 있었고 그 날 훈련은 면제를 받곤 했으니 정관수술을 빙자한 훈련면제가 병역비리로 지탄을 받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이나 산아제한을 국가적인 정책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리라.
어디 예비군 훈련 뿐인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셋 이상 낳는 집은 아파트 추첨권도 주지 않던 정책도 있었다 하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가르침은 최소한 정부의 맹목적인 산아제한 정책보다 훨씬 지혜로웠다. 많이 낳아 잘 기르라는 것이었다. 그런 지혜가 담겨있는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바로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내용인즉슨 어떤 나무꾼이 하루는 나무를 하러 갔다가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살려주게 되는데 나무꾼의 은혜를 갚고자 사슴은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알려주게 된다. 그 옷을 감춰서 그 선녀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신당부한다. 아이를 셋을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그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사슴의 중신에 힘입어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감추고 그녀와 결혼을 하여 아들 딸 구별 않고 둘까지 낳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꿈도 꿀 수 없었던 행복에 겨워 하루는 나무꾼이 옛 이야기를 꺼내고 만다. 여차여차 하여 당신과 내가 결혼을 하게 되었노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선녀는 그 옷을 한번 입어보기를 원한다. 멋도 모르고 선녀의 옷을 꺼내 준 나무꾼… 그만 두 아이를 양쪽에 갈라 안고 하늘로 오르는 아내를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이산가족의 불행을 가슴 아파하는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성원에 힘입어 결국 남편은 목욕물을 긷던 두레박을 타고 선녀 나라로 올라가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만 이 이야기의 교훈이 있다. 셋을 낳기까지는 부부사이라 하더라도 비밀을 공개하지 말라는 것… 아니면, 혹은 그 보다는, 기왕에 부부가 되었으면 자녀를 최소한 셋 이상은 낳아서 두 사람 사이의 인격적 사회적 차이도 극복해 가면서 성숙한 가정을 꾸려나가라고 하는 교훈이리라.
자녀는 얼마나 귀한 것인가! 가능하다면 많이 낳아 잘 기르는 것이 좋은 것이다. 물론 현대인의 삶을 살면서 옛날처럼 기본이 오륙 명, 풍성하면 십 여 명씩 낳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하나만 낳아 잘 기르겠다는, 혹은 자녀 없이 부부끼리만 알콩달콩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한번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짧은 생각인지, 그리고 우리가 자녀를 낳아 길러서 그들을 떳떳한 성인으로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하긴 세상에는 많이 낳고 싶어도 못 낳거나 아니면 손이 귀한 가정이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며 그런 가정이라 하더라도 장래에 더 좋은 일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참고로, 셋 이상 낳아 기르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셋 낳았다고 하나 낳은 사람의 세 곱절의 노력이 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 기르기가 더 힘들지 싶다. 까딱하면 못난이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는 왕자나 공주 만들기가 십상 아닌가. 오히려 형제 자매가 많은 아이들은 그 가정에서 사회를 배우며, 양보를 배우며, 흥정을 배우며, 생존의 여유를 배우게 된다. 서로 도우면서, 때로는 서로 싸우기도 하면서… 그래서 나는 자녀를 넷 이상 가진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나는 셋밖에 안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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