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저녁 플러싱의 한 연회장에는 50명 미만의 한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지난 20년간 동포사회 문제청소년들을 위해 헌신 봉사했던 다니엘 데이빗목사를 전송하기 위해 그가 설립했던 뉴 비전 청소년 복지재단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모임에는 재단 관계자 외 목회자 4,5명, 그를 아는 일반인 약간이 전부일 뿐, 한인인사들의 모습이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왠지 그를 보기가 부끄러운, 너무나 아쉬운 자리였습니다.” 이날 참석한 한 한인은 한인사회가 데이빗목사에게 보여준 무관심에 두고두고 서운해했다.
그렇다. 그는 19세 젊은 나이에 한인사회에 한 한인 교회의 부름을 받고 부임, 동포가정의 문제청소년을 위해 40세가 될 때까지 헌신적으로 일해온 미국인이다. 그런 그가 이제 한 차원 더 높은 뜻이 있어 하던 일을 접고 이날 부로 한인사회를 떠난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인 사회와 인연을 맺은 후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문제청소년들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도울 정도로 혼신을 다해왔다. 문제청소년들의 따뜻한 아버지, 형, 친구와 같은 존재로서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그들을 내 몸 같이 사랑해온 문제청소년 계의 대부였다.
가출청소년을 집에다 재우고 밤낮으로 그들과 같이 하며 진흙탕에서 문제아를 구해내기 위해 위험도 마다하고 갱 단을 드나들었고 “저, 지금 제일에 있는데 목사님 도와주세요.” 하는 전화가 감옥으로부터 걸려오면 그는 한시도 지체 않고 그들의 곁으로 달려갔다. 그런 한인 청소년 계의 ‘왕(王)별’이 이제 한인사회에서 떨어졌다. 이제 누가 있어 우리의 문제아들을 그처럼 돌보고 같이 생활을 할 것인가. 그는 이미 10여 년 전 ‘설마 내 아이가’란 책을 발간, 현실 폭로로 한인부모들에게 청소년문제에 경종을 울린 적도 있다.
재단 측에 따르면 일년에 그의 손길에서 오고 간 문제 청소년은 600명에 달하며 그들에 대한 상담 건수도 개인별로 지속된 횟수를 포함해 연 평균 2천5백여 건이나 될 정도로 그는 젊음이 다 가는 줄도 모르고 일했다.
내가 오래 전 기자생활을 할 때부터 그는 종종 내게 전화를 걸어와 자기의 고충을 털어놓곤 했다. 그는 여러 차례 전화에서 한인부모들과 한인사회에 대한 실망감을 표명했다. 생각하면 지금 그가 떠난 것도 한인부모들과 한인사회로부터의 무관심이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떠나기 전에도 그는 “이제 더 이상 한인사회에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지친 듯한 목소리로 “한인 부모들은 특히 남을 사랑하거나 감사할 줄 모른다”며 “아이들이 바로 그런 속에서 잘못되고 있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한인들은 또한 ‘일등이나 명예욕이 병적일 정도로 지나 친데 이 점도 자녀교육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별식에서 그는 “너무나 힘이 들어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은 때가 많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격려로 힘을 다시 얻곤 했다”면서 노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말은 잘했지만 언어와 문화차이로 오해를 많이 받아 마음에 쓴 뿌리(bitterness)가 많았다고 한다. 이날퇴진하는 그의 마음속엔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만감과 쓸쓸함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에게서 그 동안 혜택받은 많은 문제청소년과 학부모들의 얼굴, 도움이 절실할 때 ‘나 몰라라’ 외면하던 한인 인사들의 모습도 그의 뇌리에 떠올랐을 것이다.
누구라도 마음의 꽃 한 송이 들고 와서 “그 동안 수고했소” 하며 따뜻하게 그의 손이라도 잡아주었다면 아마도 그는 그 동안에 겪었던 숱한 어려움과 섭섭함의 응어리가 다 눈 녹듯 사라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그는 떠났지만 그의 퇴진은 자신이나 그가 몸담고 있던 재단 측에 긍정적인 결과를 줄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부터는 그가 설립한 재단이 잘 되도록 돕는 것이 우리들의 할 일이다. 그의 뒤를 잇는 청소년 기관의 후배들과 후계자들을 자주 자주 돌아보고 그들을 껴 앉고 부추기고 격려하는 것이 바로 그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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