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와 중앙 두 한인은행이 우리를 두 차례 놀라게 만들었다. 두 은행은 지난 5월9일 전격적으로 합병계획을 밝히더니 한달여만인 22일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무산된 원인이 무엇이든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10억달러와 4억5,000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미주 한인사회 최대 규모의 금융기관들로서 처신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두 은행이 합병계획을 발표했을 때 우리는 아무런 낌새를 커뮤니티와 언론에 노출시키지 않은 채 일을 추진했던 두 은행 경영진과 이사진의 보안유지에 감탄했다. 그러나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주류시장 진출 모색’을 위해 이루어졌다는 합병약속이 뚜렷한 명분도 없이 불과 한달여만에 깨진 것을 보면 합병계획이 은밀하게 추진된 것이 아니라 졸속하게 추진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두 은행 합병계획이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미에서는 다른 경쟁은행이 중앙을 흡수할 것을 우려해 정확한 손익계산을 정확히 산출해 보지 않은 채 합병을 서둘렀고 중앙은 시가의 2배가 넘는 주식인수 오퍼에 현혹돼 뒷일을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덜컥 합병에 동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은행 전문가들은 한미와 중앙의 합병은 지점망이 겹치는 곳이 많고 경영 스타일도 비슷해 시너지 효과가 덜할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또 합병이 성사되면 중복되는 지점 및 직원의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계획 발표 후 직원들이 크게 술렁였다. 간부들 가운데는 이직 가능성 타진을 위해 타은행 문을 두드려본 이들도 적지 않았다.
두 은행 합병이 한인은행의 미주류시장 진출로 연결된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든다. 자산이 작다고 미국인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렵고 규모가 커지면 미국인 고객을 쉽게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인가. 리커가 잘된다면 너도나도 리커스토어를 차리고 세탁소가 잘된다면 너도나도 세탁소로 몰리는 것처럼 한인은행들의 점포 확장 붐도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무계획하고 충분한 사전검토 없는 합병추진도 바람직한 일은 결코 아닐 것이다.
더욱이 이번처럼 졸속하게 합병계획을 발표한 뒤 한두 가지 이견이 생겼다고 해서 금방 합병 무산을 발표해 버리는 성급함은 커뮤니티 경제의 뒷바라지 역할을 맡고 있는 은행들로서 취할 바가 아니다. 이들에게 과연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계속 맡겨야 할 것인지 의구심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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