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활은 원시시대에서 문명시대로 들어서면서 크게 달라졌고 문명시대도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는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고대와 중세의 농경사회는 근대의 산업혁명을 계기로 산업사회로 변모했고 현대에는 첨단과학의 발달과 교통 및 통신의 혁신으로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좁아졌다.
이렇게 사람의 생활상이 달라지면서 함께 나타나는 현상은 사고의 변화이다. 원시시대에는 사람들이 자연의 지배를 받았으므로 맹목적 복종이 사고의 중심을 이루었으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특히 과학의 진보에 따라 이성의 지배 범위가 점점 넓어져 갔다. 사람의 이성적 사고는 사회제도를 합리화, 민주화, 투명화시켜 오늘날의 선진사회에 이르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람의 생활은 이렇게 변천해 왔지만 현대과학문명이 최고로 발달한 21세기라고 하여 모든 사람이 현대문명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같은 사회는 첨단 과학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아프리카나 남미대륙의 오지에는 아직도 원시시대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도 있다. 사람의 생활은 역사적, 즉 수직적으로는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변천을 거쳐왔지만 수평적으로는 원시시대와 고대, 중세,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이 세계이다.
따라서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모두 현대적 사고라고 할 수는 없다.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은 원시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은 현대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지금 이 세계에는 미국과 같은 현대사회와 아프리카의 오지와 같은 원시사회를 양극으로 하여 그 사이의 고대, 중세, 근대사회가 모두 존재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개발도상국이나 어느 정도 개발된 나라에는 고대와 중세, 근대, 현대의 모든 요소가 함께 뒤섞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도심에는 수십층 짜리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컴퓨터와 휴대폰 등 첨단과학이 생활화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대의 노예사상이나 중세의 농노사상, 또는 근대의 절대권위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상이한 제도와 사고가 혼란스럽게 뒤엉켜 있기 때문에 가치관의 갈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상과 현실의 격차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어느 사회가 어느 시대에 해당하는지를 가리기는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를 볼 때 일부 부유층이나 고학력자들의 첨단과학생활은 선진국의 수준을 넘어서는 초현대적 수준이지만 서민층의 생활은 그렇지 못하다. 또 눈에 보이는 경제력은 크게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행동은 구태의연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울 때는 반대로 생각해 보는 방법도 있다. 시대에 따라 사람의 사고가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고가 어떤가를 보면 반대로 그 사회의 시대를 알 수도 있다. 그렇게 볼 때 한국은 조선시대는 좀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북한은 아직도 캄캄한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한국의 소식을 접할 때 대체로 심한 비판을 하게 된다. 어떤 경우는 비판을 넘어 열을 받은 나머지 스트레스까지 느낄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가 돌아가는 모양이나 정부가 하는 일, 속이고 싸우고 억지부리는 일들이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시대와 미국의 시대가 일치하지 않는데도 미국에 사는 한인들이 미국사회의 사고로 한국을 보는데서 생기는 당연한 결과이다. 미국에 오래동안 산 사람일수록 그런 괴리감은 더욱 깊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한국과 북한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한국을 내가 살고 있는 나라라고 착각할 경우 그 사회적 모순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저 먼 나라, 지리적으로만 멀리 있는 나라가 아니라 시대적으로 상당한 격차를 가진 멀고 먼 나라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한국 소식의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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