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고등학생인 딸아이는 짐을 꾸려서 저널리즘 공부를 하러 떠났다. 어려서부터 읽기를 즐기고 긁적거리며 뭔가를 쓰길 좋아하더니 이번 여름에 실행에 옮긴 셈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캠프비에 감히 엄두도 못내고 속으로 전전긍긍하는 엄마 마음을 읽었는지 스스로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서 영어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아서 응모한 것이다.
지지리도 잘 싸우는 못난 부모의 맏이로, 수시로 달려드는 동생에게서 스트레스를 받음직도 한데 묵묵히 자기 할 일을 잘 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떠나던 날, 우린 차 안에서 많은 애기를 했다. 아직 어리다고만 여기고 있었는데 많이 컸음을 느꼈다.
2년 후에 시작될 대학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나름대로 장래에 대한 설계도 갖고 있었다.
수년 전 말이 되지도 않는 하찮은 일로 싸우는 부모를 보다 못해 부엌으로 와서 내게 내민 쪽지에는 “Ignore”라고 쓰여 있었다. 간단하지만 강한 메시지가 담긴 명령어(?)였던 셈이다.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부모로서 면목 없었던 순간을 난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 뒤로 살아가면서 갖가지 형태의 화날 일이 많기도 하지만 난 아이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한 절대 그들에게 상한 내 마음을 표현치 않는다. 단, 행동에 문제가 있다거나 학습에 임하는 태도가 신통치 않을 땐 질책을 한다.
절대 공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나 보다 더 간절하다는 걸 가끔씩 참석하는 학교 행사에서 그들의 눈빛을 통해서 읽기 때문이다.
딸아이에게 표현을 한 적은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갔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곧 시작될 아들녀석의 사춘기도 염려되고 웬지 딸이 가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언제까지나 품고 있을 수만 없을테니 말이다.
본인이 원하는 곳이면 서부건 남부건 보낼 생각이다. 중요한 건 얼마만큼 마음 속으로 가족이라는 끈끈한 연대감을 갖고 있느냐일테니 말이다.
기숙사도 룸메이트도 마음에 든다고 전화가 왔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에 관한 기사를 쓸 예정이기 때문에 할렘도 다녀왔고 그들과의 인터뷰도 끝냈다고 한다.
멋진 신문을 만들어서 돌아오겠다고 의욕에 차서 말한다.
값진 예행연습인 셈이다. 딸아이에게도 가족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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