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자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정영휘씨의 글 <잘난 사람 잘난 척하는 사람>을 읽고 수긍하면서 그 차이점이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본다.
심각한 체 하는 것은 아직 떫은 때란 말이 있듯이 티를 내고 안 내고의 차이가 아닐까? 눈여겨 유심히 보건대 특히 한국사람들은 티를 잘 내는 것 같다. 관료는 관료 티를, 종교인·신앙인은 성직자나 신자 티를, 문인·예술인은 식자(識者)나 문화인 티를.
내가 아는 미국인 목사는 다이너 같은데서 만나 식사 같이 할 때도 한국인들처럼 소리내 기도하기는 커녕 묵도 조차 안 한다. 또 한국의 자칭·타칭 문인들은 술주정을 마치 고해성사나 성지 순례라도 하듯 자신의 ‘선민사상’의식을 토해 놓는다. 문학예술이 어쩌고 인생이 어쩌고 넋두리로 소일한다.
사춘기 때 <마음의 샘터> 등에 들어있는 세계 명언들을 딸딸 외우는 것을 보다 못해 나보다 두살 위의 작은 누이가(벌써 타계하셨지만) 나를 타이르시던 말이 생각난다.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말들을 남긴 사람들은 거의 예외없이 그들의 살아 생전에는 비참하도록 불행했던 사회의 낙오자요 인생 실패작들이었다”고. “그래서 스스로를 자위하기 위해 한 말들이니 너무 심취해 현혹되지 말라”고.
그러고 보면 대표적인 성인·성자들의 삶을 돌이켜 보더라도 누이의 말이 그럴듯 하기도 하다.
왕자로 태어난 석가모니가 가출해 ‘걸인’이 된 것이나 예수가 견습하던 목수의 직업을 버리고 ‘건달’이 되었던 것이나 악법도 법이라며 기회가 주어졌어도 도망가지 않고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 모두 하나같이 비정상 아니었나. 그러니 우리 보통 사람들은 그러한 ‘비정상인’이 될 수도 없고 또 되어서도 안 되리라.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했는데 일이란 왜 하는지에 대해 카릴 지브란이 그의 <예언자>를 통해 하는 말에 우리 귀 좀 기울여 보자.
일이란 쉬지 않고 도는 땅덩어리와 같이 숨쉬는 우리의 움직임 숨결이오. 땀 흘리며 우리 일할 때 우리는 삶의 피리 되고 그 노래가 되는 것이오. 일은 삶을 사랑하는 길, 일로 삶을 살아보는 것, 그래서 그 뜻 찾아보기 삶이 고달프고 괴롭다고 세상 사는 일 저주한다면 우리가 흘리는 땀 말고 그 무엇으로 이 저주를 씻어내 버릴 수 있으리오. 삶은 어두운 밤과 같고 사나운 바다 같다 하지만 이는 삶에 지친 이 말, 삶의 샘 솟지 않을 때 정말로 삶이란 어둠이오.
아무리 삶의 샘 솟아도 깨달아 앎이 없다 하면 그야말로 눈 먼 소경놀음. 깨닳아 앎이 있다 해도 일하지 않으면 헛된 것.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사랑 없으면 괜한 짓이오, 사랑의 땀방울 흘릴 때 우리는 하나로 맺어지고 그리고 그 어떤 아쉬움 모자람도 다 채워지리오.
사랑으로 땀 흘리는 일은 우리 가슴에서 뽑아내는 사랑의 실로 옷감 짬이고 우리 가슴 쪼아 다듬은 사랑의 돌로 집 짓기며 우리 이마에 솟아오르는 사랑의 비지땀 땀방울로 빵 만들어내는 것이리오.
때때로 사람들 말하기를 돌 깎아 그림 새기는 이는 땅 갈아 농사짓는 이보다 옷감에 무지개 수놓는 이, 신발짝을 만드는 이 보다 귀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들과 산으로 부는 바람, 풀잎보다 꽃·나무잎에게 더 다정하게 굴지 않듯 무슨 일이든 바람소리를 사랑의 노래로 바꾼다면 모두 다 훌륭한 것이리. 일은 사랑이 드러남인데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아니고 입으로만 외치는 시끄럽기만 한 노래라면 아니 부르니만 못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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