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목사는 셀폰을 장난감으로 착각한다. 차를 달리다가도 4살짜리 아들과 장난하고 싶으면 셀폰을 집어든다.
“할렐루야 예수님 찬양! 하이 야곱 잘 있었어?” 어린 아들 야곱에게 성령충만을 가르치려나 했는데 그게 아니다. 어린애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벼라별 간지러운 이야기를 다 해내는데 애비가 자식인지 자식이 애비인지 헷갈리게 한다. 아들과 뽀뽀뽀 시간이 끝나면 딸에게 가정교육 상담시간으로 이어진다. “얘, 엄마 바꿔라”가 되면 민망해서 못 듣겠다. 차 안에 선배들이 떡 버티고 앉았는데 철딱서니 없는 10대들처럼 얘 쟤 하면서 반말지꺼리로 부인과 히히덕거려야 끝난다.
한참 달리다 이번에는 셀폰으로 아버지를 찾는다(K목사에 부친에게 무슨 급한 일이 있나보다!) 그런데 아버지 전 상서같은 안부전화일 뿐이다. 한 집에 살면서 뭐가 급하다고 달리는 차안에서 셀폰으로까지 안부전화일까? 아하 이 양반이 부친 김홍조 옹에게 매일 전화한다는 김영삼 대통령을 닮아서 그런가? 그러나 아무리 봐도 K목사는 대통령감은 아닌 것 같다.
K목사는 차만 타면 그리고 옆에 누가 있으면 신나게 셀폰을 집어든다. 한 번은 바닥에 떨어진 셀폰을 집어들다가 차가 휘청하는 바람에 모두가 떼죽음을 당할 뻔 한 적도 있었다.
전화에도 예의가 있다.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만 전화한다. 통화는 간단히 해야 한다. 혼자 있을 때야 폰섹스를 즐기건 폰팅을 하건 상관할 바 아니지만 옆에 동행이 있는데 처자식들과 히히덕거리며 전화로 장난질하는 건 여간 실례가 아니다.
얼마 전 LA를 여행중 나는 월간 <광야>집에서 묵었는데 안주인이 놀라는 것이었다. “어머나 셀폰이 없는 목사님이 다 있네요” “애들도 아닌데 무슨 셀폰입니까? 점잖은 나이에 셀폰 들고 다니면 사기꾼처럼 보이지요.”
“그래도 여행중 중간 중간 뉴욕에 계신 사모님에게 전화하시려면 셀폰이 있어야지요. 저의 집 전화로 통화하세요” “전화 걸 필요 없지요. 내가 뉴욕 떠날 때 미리 다 얘기 해 놨으니까요. ‘LA에 몇시에 도착, 어디서 묵고 행사는 여기 저기서 이렇게 저렇게 하고 3일후 목요일 밤 8시 뉴욕 케네디공항에 도착하니 그 때 차 끌고 나와라’ 해놨어요. 전화하면 처자식들은 아빠가 여행중에 큰 사고가 난줄 알고 도리어 놀라지요. 왜 멀쩡한 사람 전화해서 놀라게 합니까?” “… …”
셀폰 출현으로 바야흐로 전화 공해시대가 도래했다. 현대인의 체질을 약하게 하는 문명병의 최대인자는 전자다. 전화할 때 셀폰에서 흘러나오는 전류가 체네전류를 마르게 하여 암이 발생한다고 한다. 셀폰 등장 이후 우리집 전화요금은 3배나 올랐다. 아들 딸애의 셀폰만 없애면 당장 6기통짜리 자동차를 새로 뽑을 수 있으련만 애들은 전철 안에서 셀폰으로 시시덕거리는 게 더 신나는 모양이다.
앞으로 운전중 셀폰 사용 금지령이 생긴다는데 이는 K목사를 위하여 여간 다행스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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