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간이 날 때마다 차를 몰고 시외로 나가곤 한다. 넓고 잘 닦여진 도로와 교통 체증 없이 시원하게 달릴 수 있어 언제나 마음이 상쾌하다. 유별난 체질이어 선지 모르나 주말을 집에서만 보내면 그 다음주는 내내 피로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특히 넘쳐나는 차량으로 인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한국과 달리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아마도 뉴욕에서는 앞으로 몇 년간은 이곳 저곳 기웃거릴 곳이 기다리고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뉴욕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산과 들에 나무와 꽃이 울창하고 윤기가 돈다는 점이다. 자연히 수년간 살았던 브라질이 떠올랐다. 상파울루 에서도 주말에는 차를 몰고 돌아다녔다. 브라질은 지구상에서 가장 대표적 원시림이 남아있는 곳이다. 유명한 아마존은 물론이고 평범한 들판도 밀림을 연상케 할만큼 숲이 우거져있다.
세계 여러군데를 다녀보았지만 브라질만큼 나무와 꽃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별로 보지 못했다. 아름드리 나무는 물론 고사(枯死)하기 일보직전의 고목에서도 꽃이 만발하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 꽃의 색깔도 다양하고 같은 가지에 다른 두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도 보았다. 화목(花木)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조화는 브라질이 미국보다 훨씬 앞선다. 숲의 밀도 역시 브라질이 미국보다 한 수 위다. 때론 숲 옆에 잠시 차를 세우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숲이 우거져있다.
그러나 숲이나 나무 자체가 아닌 주변과 어우러진 종합적인 모습은 뉴욕쪽이 상파울루보다 훨씬 아름답고 윤택하게 전해온다.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분석해본 결과, 숲 및 나무와 어우러진 인공시설물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브라질의 숲과 나무는 주변의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드레일, 휴게소, 때로는 집과 어우러지면 그 아름다움이 반감된다. 아스팔트는 곳곳이 패이고 상채기가 나있다. 가드레일도 일부분은 떨어져 나갔거나 휘어져 있고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다. 휴게소나 집들 역시 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반면 미국은 인공시설물이 잘 관리돼있다. 결국 숲 자체는 브라질이 훨씬 앞서지만 주변 인공시설물과 함께 종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광경에서 미국에 뒤지는 것이다.
뉴욕에 살면서 느낀 안타까운 점 가운데 하나가 단독 주택에 사는 일부 한인들이 집 가꾸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 내부가 얼마나 깨끗한지 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외양이 주변 다른 집들과 두드러진 대조를 이루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집 앞에 딸린 잔디밭이나 꽃밭은 길게 자란 잡초로 뒤덮여 있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잔디가 보기 좋게 손질돼 있고 꽃나무와 조화를 이룬 주변 집들과 비교되는 것이다.
지금은 길을 가다 이처럼 추한 외양을 지닌 집을 보면 한인이나 아시안 아니면 이민자가 사는 집일 것이라고 짐작하곤 한다. 물론 대부분의 동포가 주변에 뒤지지 않게 집 가꾸기를 하고 소수만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은 소수 동포들로 인해 전체 한인들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게 문제다.
한인이나 아시안 아니면 소수 계 이민 자들이 고급동네에 옮아오는 것을 주류사회 사람들이 싫어하고 이민자들이 늘어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이를 주류 측의 오만한 인종우월감의 발로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 같은 태도는 인종우월주의 외에 이민자들의 잘못도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란 생각이 든다. 일부 한인들의 집밖 관리 상태를 보고 깨달은 점이다.
숲과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은 브라질이 미국보다 앞서나 인공시설물과 어우러지면 훨씬 열등하게 보이는 현상이 한인들의 단독 주택 관리 문제에도 그대로 대입된다. 한인들이 제대로 가꾸지 않은 집은 주변과 비교돼 보기가 더욱 흉하다. 찬찬히 살펴보면 괜찮은 집도 잡초 우거진 정원으로 인해 흡사 폐가가 아닌가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다른 소수계는 차지하고 우리 한인들만이라도 집 주위를 가꾸자. 최소한 더러운 민족이란 손가락질은 받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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