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류철원(뉴욕한인봉사센터 경로회관 상담실장)
지난 2000년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뉴욕시에 거주하는 한국민족은 8만6,473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민족별로 비교해 보면 한국민족은 아시안 인구 중에서 중국인(4.5%) 다음으로 큰 민족집단(1.1%)이지만 다른 민족집단과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소수민족이다.
소수민족으로서 한국민족이 좁게는 뉴욕시, 넓게는 미국사회 전체에 어떠한 민족집단으로 알려져 있는가. 단순히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의 한 인종집단으로 비추어지는가, 아니면 또다른 모습으로 타 민족이나 미국사회 전체에 알려져 있는가.
한국민족은 스스로를 제2의 유대인이라 자부하며 근면성을 자산으로 미국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나 비록 오래 전 일이만 LA 사태에서 보여주듯 한국민족이 자신들 밖에 모르는 탐욕스러운 민족으로 비추어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한국민족이 근면한 것은 사실이다. 무식해 보일 정도로 거의 일주일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씩 고된 일을 하는 다른 민족은 많지 않다. 한국민족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는 탐욕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근면성이다. 그렇다면 한국민족에게 경제적인 측면에서 근면성 이외에 더 배울 점은 없는가.
우리 민족은 자랑한다. 대대로 서로 예의를 중시하고 서로 돕는 것을 미풍으로 삼아왔다고. 단지 고달픈 이민생활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이 사라지고 있는 점을 아쉬워 할 뿐이라고.
두레나 길쌈같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협동과 부조에서 배울 수 있듯이 한민족은 지역사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그 지역사회의 발전과 안녕을 위해서 많은 협동과 협력을 해 왔다. 이제 현대적 의미에서 우리의 전통적인 상호부조는 밥을 한끼 나누어 주거나 자신이 입던 옷을 나누어주는 소극적인 구휼의 성격에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사회봉사활동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통을 이어받아 보다 현대적인 의미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봉사활동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들은 항변한다. 일주일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을 하고 그나마 일요일에는 종교생활도 해야 하는 이 고달픈 이민생활에서 봉사활동이란 여유있고 배부른 사람이나 해야 할 일이라고. 여유있고 배부른 사람들이 하는 일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구휼의 성격이 강하다.
먹고 입고 쓰고나서 남는 것을 남을 위해 베푸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봉사활동이 아니다. 왜냐하면 봉사활동은 잉여를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봉사활동 앞에는 항상 하나의 수식어가 붙는다. 바로 “자원”이라는 것이다.
한인사회 기성세대는 빠르게 성장하는 2세와 3세 청소년들에게 한인지역사회, 나아가서 다른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동시에 이들 차세대들도 지역사회 봉사를 통하여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뉴욕한국일보와 뉴욕한인봉사센터(KCS)가 공동 주최하고 있는 하계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한인사회 발전에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일이다.
이제 청소년 봉사활동이 잘 발전되어 여름방학 동안만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일년 내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면 자원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원봉사자를 청소년들에게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기성세대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보다 많은 한인들이 한인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다민족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한인들의 위상은 보다 높아질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미국사회에서 한국민족은 그 특유의 근면성 뿐만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는 봉사정신으로 더 높이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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