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늘나라로 간 남편도 기뻐할 겁니다. 남편의 고귀한 뜻을 살려 제 남은 여생도 농아(聾啞)들을 돕는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말하는 것은 물론 듣지도 못하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4남매를 훌륭하게 키우고 한인 농아단체를 결성,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돕는 등 ‘인간 승리’의 주인공 이경순(53)씨가 한미농아협회 총회(14~21일 플로리다 키웨스트)를 앞두고 피땀과 눈물로 일궈낸 프리마켓을 단체에 기증하기로 했다. 농아협회 총회는 미 전역의 한인 농아들이 모여 현안을 협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행사. 이씨는 같은 농아로 1990년 단체를 창설한 남편 김광웅씨가 95년 작고하자 뒤를 이어 2대 회장에 올랐다.
이씨는 농아협회가 96년 미국정부로부터 정식 단체로 인가받았지만 사무실이 없어 어려움을 겪자 이번 총회를 계기로 8만달러 상당의 프리마켓을 협회에 기증키로 한 것이다.
이씨는 74년 남편 김씨 및 3남매와 함께 미국으로 와 수화조차 다른 땅에서 고단한 삶을 시작했다. 남편이 어렵사리 제너럴 일렉트릭(GE)사에 취직,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83년 실직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미국에서 아들 하나를 더 낳은 이씨는 4남매의 옷을 직접 만들어 입힐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남편이 해고당하자 프리마켓을 시작, 생활전선에 직접 뛰어 들었다. 특히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농아였기 때문에 자녀교육에 남다른 열성을 기울였다. 이 덕에 자녀들은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다. 특히 95년 췌장암으로 남편(당시 51세)이 사망하자 어머니를 돕겠다던 자녀들을 호되게 꾸짖고 학교로 돌려보낼 만큼 굳은 의지를 보였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헌신에 감명받아 올곧게 자라 이제 주류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자랑스런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대기업 임원인 사위와 딸, 의사인 아들과 딸, 역시 의사 사위와 며느리는 이씨를 세상 어떤 어머니보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장녀 미경씨는 클렘슨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드렉셀 대학에서 MBA과정을 수료한 뒤 이스트만 화학회사에서 이 분야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89년 결혼한 남편 토마스 뉴솜씨는 같은 회사 판매담당 이사다. 차녀 혜경씨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를 나온 소아과 의사이고 97년 결혼한 남편 로렌스 넬슨씨는 가정주치의.
또 셋째이자 장남인 진경씨도 의사 부부 가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를 졸업하고 플로리다에서 심장학 인턴과정을 수료중이고 99년 결혼한 동창생인 부인 역시 산부인과 의사 과정을 밟고 있다. 막내인 재경씨는 교사를 꿈꾸며 진학을 준비중이다. 특히 결혼한 3남매는 배우자의 첫 번째 조건으로 자신들의 장애인 부모를 섬기는 것을 내세울 만큼 효심이 지극하다.
온갖 극한 상황과 시련 속에서 자포자기와 좌절의 유혹을 끝내 이겨낸 이경순씨야 말로 ‘위대한 우리의 어머니’이자 ‘미국내 한인 농아의 대모’로 교포사회에 커다란 감동을 던져주고 있다.
한편 미 전역에서 300~400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농아자들이 참가할 예정인 농아협회 총회에는 서울시 농아협회 관계자 10명도 특별 초청받아 참석한다.
<장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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