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 강을 넘어 맨해턴의 스카이라인이 전혀 뉴욕 같지 않게 보이는데 초가을의 비가 내린다. 보통 때면 정겹게도 느껴질 수 있는 빗발이 월드 트레이드센터(WTC) 구조작업을 하는 이들의 일을 더디게 또 불편하게 하고 그 어딘가에 혹시 살아서 묻힌 채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릴지 모르는 이들에게 더 어려움을 주는 게 아닌가 마음이 아프다.
이번 뉴욕에 대한 테러공격은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부를 강타한 결과를 가져왔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동안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이 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미국경제가 침체기에 상당기간 머물러 있어 왔고 혹시 마지막 4·4분기에 회복이 되지 않을까 기다리던 중에 덮친 타격이라 경제적 영향을 보면 오랫동안 이 충격은 가시기가 힘들어 보인다.
멀리 보면 맨해턴 남부의 경제지도는 이제 영원히 달라질 것 같다. WTC가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경제비중은 엄청났다. 거의 모든 남부 맨해턴의 비즈니스는 WTC와 연관을 갖고 있었고 이제 없어져 버린 WTC 같은 구조물들이 다시 생길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이텍 시대에 꼭 수많은 비즈니스들이 그렇게 고층 빌딩에 모여 있어야 할 이유도 적어 보이고 이제 여러 군데로 흩어져 업무를 봐야할 사무실 잃은 종전의 입주자들이 꼭 같은 곳으로 돌아와야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무슨 소리로 위안을 주고받더라도 테러단의 이번 뉴욕 공격은 미국 자본주의에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경제적 타격에다가 여러 사람들에게 준 정신적 타격도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멀리 있는 많은 이들도 그러했다고 하는데 생활권이 뉴욕 맨해턴 남부를 포함하는 많은 이들은 큰 구명이 뚫린 것 같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더구나 우리 한인 사회도 연륜이 더해가면서 수없이 많은 2세들이 뉴욕 증권, 금융계에 깊이 자리잡았고 한국 신문에도 보도하는 한국상사에 관련된 이들 뿐 아니라 장래가 촉망되던 자랑스런 우리 2세들 상당수가 주류사회 희생의 한 부분으로 사라져 간 것은 슬픈 우리의 가슴들을 에이듯 아프게 한다.
그러나 이 참혹한 지경속에서도 우리 미주한인들은 왜 미국이 그렇게 위대한가 다시 알게 되었다. 그 혼돈 속에서도 의연한 대중들을 보면서, 조용히 자원봉사와 헌혈의 대열에 참가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보면서, 전체가 한 마음으로 구심점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카고 선물시장과 상품거래소의 거래 첫날 투기없이 침착하게 정상거래를 확립하려 이기적 행동을 서로 견제, 조심하는 중개인들의 합리적 경제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이 나라가 너무나 아름답고 강한 나라로 보이는 것이다.
경제는 인식이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경제는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의 구성원들이 영위하는 행위이고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으나 멀리 보아 이렇게 훌륭하고 성숙한 경제사회에서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없는 것이고 지나간 테러와 사건들이 장기적으로 별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지 않은 역사도 우리 모두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다.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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