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창조물로서 높이 평가받고 사랑을 받아온 세계무역센터가 똑같은 인간에 의해 무차별 공격을 받고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 공격 배경을 깊이 파고들어 가면 세기를 두고 응어리져온 두 종교집단 간의 증오가 마치 지하의 용암이 충돌하여 화산으로 폭발하듯이 쌍동이 빌딩을 날려버렸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과 자비의 덩어리 종교집단에서 저승길의 사자와 같은 증오심이 양산되고 있다. 나는 그 원인을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니라 종교에 미쳐 돌아가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한 지 오래다.
박살이 난 쌍동이 빌딩의 축소판은 우리의 주변에서도 하루가 급할정도로 일어나고 있다. 둘러보면 초등학교 운동장 양지바른 곳에 자비스러운 웃음을 짓고 앉아계시는 단군 할아버지의 목을 종교의 이름으로 쳐 없애는 행위, 바로 종교에 미쳐 돌아가는 자들의 행실이다. 온 몸에 휘발유를 뒤집어 쓰고 몽둥이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는 조계사의 중들의 한마당, 바로 부처님 잿밥에 미쳐 돌아가는 불교도의 난동이다.
부끄러움을 참고 하나만 더 거론해 보자. 뉴욕한인들이 제기한 민형사 소송사건 가운데 30%가 기독교회 내의 분쟁이라 한다. 바로 예수님께 바치는 십일조 쟁탈전에 뛰어든 종교에 미쳐 돌아가는 종교인들이다. 나는 종교를 믿는 행위와 종교에 미쳐 돌아가는 행위를 확실히 구분한다. 한 종교가 절대 유일, 절대 충성, 절대 복종, 절대 찬양을 외치고 나올 때 이 종교는 필연적으로 절대유일은 절대 배타주의로, 절대충성은 절대 증오를, 절대복종은 살인을 순교로 받아들이게 하면서 신도로 하여금 종교에 빠져 돌아가게 설득하고 강압한다.
이런 종교행위를 저해하는 지성, 이성, 사랑은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라 하여 가차없이 배제한다. 한 마디로 이는 이성을 상실함이다.
믿되 미치지는 말아야 한다. 본인 자신과 가정, 사회와 국가를 파열로 이끄는 무서운 일이다. 쌍동이 빌딩의 비극 이상으로 슬픈 사건을 하나 소개한다.
핏자욱이 연연한 두 손에 산산조각이 난 새금파리 조각을 한 아름 쥐고, 나의 스튜디오에 낯선 할머니가 찾아온 것은 십여년 전의 일이다. 깨진 항아리도 잘도 고친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할머니의 억장이 무너질 것 같은 사연은 이러했다.
충청도 서산이 고향인 할머니는 자신이 태어나 철이 들면서부터 기억속에 뿌리내린 하얀 사발이 있다. 어머니가 새벽녘에 일어나 우물물을 떠다 부뚜막에 바친 정안수 그릇이다. 할머니는 시집올 때 어머니로부터 정안수 그릇을 물려받았다. 지금 슬하에 있는 아들 셋은 전적으로 정안수 정성 덕이라고 할머니는 굳게 믿고 있다.
작은 아들 따라 미국에 이민오면서 정화수 그릇을 양말로 싸고 털실내의로 싸고 또 싸서 이민보따리 깊숙히 넣어가지고 왔다. 미국 수도물로 정안수를 올리다니, 벼락맞을 일이다. 고향생각, 엄마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보고 또 꺼내보고, 정안수 사기그릇은 바로 할머니의 목숨줄이다.
며느리가 새벽에 부흥회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자 시어머니를 다그쳤다. “어머니, 그 정안수 그릇, 이리 내놓으세요. 그것은 마귀단지예요…” 정안수 그릇을 건네받은 며느리는 그 길로 현관에 나가 박살을 내고 만다. 할머니는 정안수 그릇 조각을 맨손으로 주워 모으고, 손바닥에서는 피가 흐르고 할머니 눈앞에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얼굴이 아른거린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시유” 할머니의 입에서는 삼베적삼 같은 절규가 터져나온다. 화로불이 꺼졌는가 하고 화젓갈로 하얀 재를 재껴가면서 저 밑에서 얼굴을 내미는 앵두알 같은 불씨, 할머니의 목숨줄과 같은 정안수라는 불씨에 오줌을 싸버린 며느리. 그녀는 바로 종교에 미쳐 돌아간 중환자였다.
정안수 그릇 조각을 맡겨놓고 며칠 있다 돌아오겠던 할머니는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의 스튜디오를 다녀간지 일주일 후 할머니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머니를 죽음으로 이끈 진자 사인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지금도 정성껏 복원한 정안수 그릇을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이 정안수 그릇을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할머니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나는 영원한 내일까지 기다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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