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비스, 리베라치, 도박, 네온등 팝문화 기려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환락의 수도 라스베가스에는 박물관도 여러 개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곳의 박물관들은 라스베가스가 여느 도시들과 다르듯, 일반적인 개념의 박물관들과는 사뭇 판이하다.
고전적 조각작품, 인상파 회화나 추상화를 구경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를 찾는 사람은 없다. 라스베가스에는 과학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같은 것도 없다. 그보다 라스베가스의 박물관들은 이 도시의 본질이랄 수 있는 환상에 대한 집착을 보여준다.
라스베가스 소재 박물관들로는 도박박물관, 네온사인 박물관, 그리고 라스베가스의 상징처럼 된 두 연예인, 리베라치 및 엘비스 프레슬리 박물관이 있다. 이 네 개의 박물관에는 연중 꾸준히 방문객들이 몰려든다.
라스베가스가 전세계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요소는 물론 즐비한 카지노와 2마일에 걸쳐 도열한 독특한 호텔 건축물들이다.
특징적인 건축물 가운데는 중세의 고성을 본 딴 호텔,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 호텔, 그리고 뉴욕의 브루클린 브리지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그리니치 빌리지 등을 한데 모아놓은 뉴욕뉴욕 호텔도 있다.
라스베가스에서 오래된 호텔 가운데 트로피카나 호텔이 있다. 라스베가스에는 통상 건축된지 10년이 지난 호텔을 오래된 호텔로 간주한다. 트로피카나 호텔의 높이 치솟은 네온사인에는 ‘세계 최대의 도박박물관’이라는 간판이 빛나고 있다.
도박은 인류문명 개화기부터 인간생활의 일부였고, 박물관의 매혹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도박문명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로서 라스베가스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트로피카나 박물관은 사실 도박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라스베가스 카지노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박물관은 입구에 설치된 간이식당을 통해 입장하도록 되어 있다. 네온사인 선전문구는 이 박물관에 1만 6,000여점이 도박관련 전시물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전시품들은 대부분 라스베가스 시내 카지노들에서 사용했던 도박관련 물품들로 한정되어 있다. 그 중에는 재떨이, 성냥갑, 주사위, 칵테일 스틱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포함된다.
또 판매용으로 진열된 비디오들은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역사를 설명해 준다. 그 중에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라스베가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방청객들에게 소개하는 장면도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권투경기 포스터, 표구된 도박사업 면허증, 노출이 심한 쇼걸 복장 등도 볼거리다.
또 박물관 한켠에는 라스베가스의 오늘이 있기까지 공헌한 명사들의 감사패가 진열되어 있다. 원래 이 코너는 ‘카지노의 전설, 명예의 전당’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는 2년마다 한 번씩 전설적인 도박꾼들, 라스베가스에서 활동한 유명 연예인들, 유명 호텔 매니저들, 그리고 지역 유력 인사들을 헌정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와 관련, 박물관 큐레이터 스티브 커틀러는 말한다.
"이곳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를 많이 한다. 원래 이곳은 뉴욕주 쿠퍼스 타운처럼 명예의 전당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곳이 명예의 전당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도박 박물관’이라는 말이 더 크게 어필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와 도박을 완전히 동일시해 주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네온사인일 것이다.
라스베가스의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휘황찬란한 네온은 너무도 유명하다. 심지어 우주에서 내려다 볼 때, 지구상에서 조명이 보이는 유일한 장소가 라스베가스일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만일 네온이 북아메리카 대륙의 유일한 창의적 시각문화라면, 라스베가스는 이 문화의 바티칸이자 루브르다." 문화비평가 데이브 히키는 이렇게 정의한다.
참으로 라스베가스의 네온사인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독창적이어서, 그중 일부는 예술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라스베가스는 전형적인 소비도시다. 유행에 밀린 건물들이 헐리면 네온들도 무관심 속에 사라지고 만다. 이를 아쉬워한 일단의 네온 보존론자들이 1996년에 네온박물관을 만들었다. 현재 이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네온은 여덟 점이다. 이 네온사인들은 ‘프리몽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로 명명된 보행자 몰에 설치되어 있다.
라스베가스 소재 박물관 중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리베라치 뮤지엄과 엘비스 프레슬리 뮤지엄이다.
1987년에 사망한 리베라치는 대중적인 피아니스트이자 탁월한 연예인이었다. 박물관에는 그의 무대 의상, 고급차, 보석류, 선물세트, 각종 상패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지만, 리베라치는 라스베가스와 중서부에 동성애 문화를 접목시킨 연예인으로도 기억될 만하다. 비록 그 자신 한번도 동성애자임을 시인한 사실이 없지만, 리베라치는 훗날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보이 조지 등이 라스베가스에서 동성애 문화를 꽃피우는데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전문적인 박물관을 꼽으라면 ‘라스베가스 세속의 성자’로 불린 엘비스 프레슬리 박물관을 들 수 있다.
아마도 라스베가스는 ‘로큰롤의 왕자’ 엘비스 프레슬리의 존재가 가장 압도적인 도시일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지금도 엘비스 복장을 하고 야채가게에 가고, 결혼식장에서도 엘비스 노래를 부르곤 한다. 엘비스 관련 전시품 중, 그가 사용했던 크레딧 카드는 3,500달러, 기념사진을 찍을 때 착용했던 셔츠에는 4,300달러의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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