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후 미국인들의 생활
▶ 유흥업소 영업-운동경기 재개 불구, 항공기 탑승률 평소 30%로 떨어져
미국인들은 지금 ‘전쟁 구호 속의 정상생활’이라는 ‘모순적 상황’을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보면 미국인들은 신속하게 정상적인 생활궤도로 재진입하고 있다.
한동안 중단됐던 운동경기가 속개되고, 여객기 운항편수가 예전수준에 육박하고 있으며, 유흥업소들도 활발히 고객들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요즘 미국인들을 한덩어리로 묶어놓은 감정은 애국심과 테러집단에 대한 공분이지만 실제 내용물은 불안감에 가깝다. 미국인들의 불안감은 아랍계에 대한 미국인의 히스테리적 반응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인들의 심리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가 여객기 탑승률이다. 아리 플레이셔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26일 현재 미국의 항공운항편수는 하루 4,500~5,500편으로 테러참사 이전에 비해 1,000여편 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탑승률은 이전의 30%에 불과하다.
미국인들이 직면한 모순상황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1일에 발생한 테러참사와 관련해 행한 의회연설에서 "미국인들은 야만적 테러집단이 전쟁을 선포했다는 사실을 깊이 유념하면서 정상적인 일상업무에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인들은 그의 연설에 박수를 치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야만집단에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지 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상복귀를 누누이 강조하는 부시 대통령은 26일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소재한 중앙정보국(CIA)을 방문, 8분간 연설하면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무려 11번이나 사용했다. 플레이셔 대변인도 같은 날 정례 브리핑에서 8차례나 전쟁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렸다. 그러면서도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겁먹지 말고 평소처럼 여행을 즐기고, 극장과 식당도 자주 이용하라"고 권한다.
군사작전에 대한 지지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 알-카에다라든지 오사마 빈 라덴, 탈레반과 테러조직들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도록 유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불황기미를 보이는 국내 경제를 붙들기 위해 미국인들의 정상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것. 한마디로 정부나 국민이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의 균형잡기라는 고난도 곡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정상복귀노력의 선두에는 역시 부시 대통령이 서있다.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고, 다이어트와 취침시간까지 예전 그대로를 고수하는 부시 대통령은 26일 세 번이나 말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CIA를 방문해 행한 연설에서 과소평가(underestimate)라는 단어를 영어사전에도 등장하지 않는 misunderestate로 바꿔 놓았다. 적어도 그의 어법은 정상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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