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택씨(53)는 1주일이 내내 바쁜 사람이다. 김씨는 대학 시절의 전공인 도서관학(지금은 문헌정보학으로 학과 명이 바뀌었다)을 살려 LA 퍼블릭 라이브러리의 사서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업무는 수없이 많은 책들을 주문, 구입해 읽고 그 책들을 주제에 따라 분류해 도서관 이용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일. 골치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있어 도서관은 자기 좋아하는 일 하는데 돈까지 보너스로 주는 고마운 직장이 아닐 수 없다.
1주일에 20권 정도, 책 읽어 대기도 바쁘지만 문화 전반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LA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를 바지런히 쫓아다닌다. 몸이 열 개라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것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늦바람이 불었다.
나이답지 않게 군살이 하나도 없는 처녀적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건강 관리를 위해 평소 좋아하던 산행을 좀 더 정규적으로 시작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때 한국일보에 실린 재미산악회 기사가 그녀의 눈에 번쩍 뜨였다.
그녀가 재미 산악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해 10월, 이슬립 마운틴에서 펼쳐졌던 산제에 참가하면서부터이다. 재미 산악회에서는 약 5-10시간이 소요되는 12-20마일 정도의 산행을 매주 일요일마다 하고 있다. ‘논산 훈련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모임의 회원들은 바람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몸의 그녀가 저러다 지쳐 그만 두겠지 했었단다. 하지만 뭐든 하나를 하면 끝장을 볼만큼 열심히 하는 성격의 그녀는 그 후 1년 남짓한 세월을 산사랑 하나로 일관했다.
그녀는 이 모임과 함께 매주 일요일 LA 근교에 있는 8,000피트 이상의 고산과 계곡으로 산행을 떠나고 한 달에 한번쯤은 1박2일 일정으로 14,000피트이상 급의 고산 등반을 해왔다. 하산하고 난 뒤에는 더없이 인간적이지만 산행할 때에는 여자라고 특별 대우는커녕, 넘어지더라도 손잡아 일으켜주는 이 하나 없는 것이 이 모임의 산행이다. 자기 몸집 만한 배낭을 등뒤에 지고 떠나는 고된 훈련을 통해 그녀는 눈이 가득 덮인 설산도 두렵지 않을 만큼의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갖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재미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히말라야 원정길에 올라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던 히말라야에 오르게 된 그녀는 이번 원정이 꿈만 같다고 말한다. "엄마는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며 항상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그녀의 아들은 그러나 지금은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그는 이 나이에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엄마의 꿈과 의지에 소름 돋는 감동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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