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시선이 안으로 들어온다. 여름내 분주하고 산만했던 환경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가을 바람과 겨울의 색깔을 들여놓을 때. 주거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면 생활이 달라진다. 안팍으로 어수선한 요즘, 나와 내 주변을 가꾸면서 삶도 풍요롭게 가꾸고 싶다. 무엇을 어떻게 장식할까? 최근 새 집으로 이사해 널찍한 공간을 산뜻하게 꾸민 한인 주택들을 찾아 인테리어를 구경했다. 버뱅크의 애나 양씨와 시미밸리의 수잔나 김씨의 가정. 두 집 모두 바로 두달전 널찍한 2층집을 구입해 인테리어 디자이너 에이미 김씨의 도움으로 개성있는 공간을 창조했다. 어떻게 꾸몄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버뱅크 애나 양씨
버뱅크 언덕위의 애나 양씨 집에 들어서면 한국 가정이 아닌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인테리어 감각이 전문가를 능가하는 양씨가 한인들에게는 생소한 ‘섀비 식’(Shabby Chic) 스타일의 가구로 집안 전체를 꾸몄기 때문.
섀비 식은 마치 낡은 것처럼 군데군데 나무결이 벗어진 부분을 드러낸 특이한 스타일로 사실은 매우 세련되고도 조심스런 인테리어다.
어느 한 공간만 꾸며도 부자연스럽게 보이므로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하고, 새 집이나 깨끗한 공간이어야 낡은 부분이 액센트가 되어 살아나기 때문. 오래된 주택이나 지저분한 공간, 장식이 많은 실내에서는 오히려 더 낡고 지저분해 보일 수 있어 함부로 시도하기는 까다로운 편이다.
양씨는 브렉퍼스트 룸과 다이닝 룸, 패밀리룸을 섀비 식으로 꾸몄다. 식탁과 의자들 외에 아이보리색 소파, 장식장, 컨솔 테이블, 벽에 걸린 거울, 그림, 램프, 벽난로 위의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고 깨끗하게 배치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심플과 우아.
미대를 나와 평소 실내장식에 많은 공을 들이는 양씨는 이 가구들을 한 곳에서 구입하지 않고 가구경매장과 LA마트, 대형 플리마켓등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볼 때마다 하나씩 사들였다는데 각각 있는 곳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선택한 감각이 놀랍다.
양씨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흐름 안에서 공간마다 조금씩 특색있게 꾸미면 지루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인테리어 잡지를 자주 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리품을 많이 팔수록 좋은 가구를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귀뜸했다.
시미밸리 수잔나 김씨
시미밸리에 5 베드룸 2층집을 구입한 수잔나 김씨는 패밀리룸을 지중해 스타일로, 침실은 요즘 유행하는 꽃무늬가 하늘거리는 로맨틱 풍으로, 아래 위층 곳곳의 유리창들은 특이한 커텐과 ‘실루엣 블라인드’로 꾸몄다. 또 화장실과 파우더룸, 세탁실등 작은 공간에는 잔잔한 무늬의 벽지를 붙여 아늑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냈다.
디자인을 맡은 에이미 김씨에 따르면 지중해 스타일은 선이 굵고 대담하며 차분하게 가라앉는 브라운 톤의 인테리어. 고풍스런 앤틱 분위기와 멕시컨 스타일이 묘하게 조화된 느낌을 풍기는데 김씨는 패밀리룸을 소파, 테이블, 스크린, 커텐(로만 셰이드), 램프를 모두 지중해 스타일로 매치시켜 장식했다.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띠는 곳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정면으로 보이는 유리창의 드레이퍼리. 가든으로 향하는 직사각형의 유리문 위에 둥그렇게 커텐봉을 박아 커텐을 늘어뜨리고 창에는 실루엣 블라인드를 달았다.
’실루엣 블라인드’는 두겹의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블라인드로 가격이 보통 나무 블라인드보다 비싸지만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빛이 은은하게 실내를 감싸는 효과를 내므로 침실과 리빙룸 같은 곳에 많이 이용된다.
김씨는 또 아이들 방과 컴퓨터 룸은 깜찍하고 컨템포한 느낌을 주는 코니스 박스로 창을 꾸몄다. <글 정숙희 기자·사진 홍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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