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의 경제칼럼91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30년이 넘게 경영과 경제를 보고 생각하며 지내오는 동안 항상 필자의 마음 속에 응어리진 숙제는 왜 미국과 한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나는가 하는 것이었다. 경제의 엄청난 사이즈에서의 차이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태생적 한계라 치더라도 무슨 큰 사건이 한번씩 터질 때도 두 경제에 오는 파장은 너무나 다른 것을 본다. 위기가 올 때 한국경제는 미국 경제보다 항상 휘청거리는 게 심하고 똑같은 사건이 터져도 한국 경제는 똑같은 실수를 하고 또 해서 항상 새로 시작하듯 바탕이 없다. 왜 그럴까.
두뇌에서의 차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인들도 기본 두뇌는 미국인들에게 크게 뒤지는 것 같지가 않다. 그러나 그 두뇌로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데는 한국의 경우는 미국이나 영국에 많이 처지는 것 같다. 우리는 처음에는 어수룩하게 보이는 영미의 사건이 생길 때의 대처가 야단스럽고 호들갑스런 한국의 대처하는 방식보다 항상 효과적인 것을 본다. 이런 차이는 두뇌에서 오는 차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런 차이를 가져오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의연하게, 야단법석을 떨지 않고 순리로 어려운 역경을 처리하도록 하는가.
외람된 말씀을 드리는 것 같지만 그건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린 것 같다. 어렵고 복잡한 큰 일이 생겼을 때도 각자 맡은 바 일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존경심으로 서로의 좋은 아이디어는 듣는다. 경영전략에 대한 경영층의 회의에서도 내 이야기가 옳으니 너는 들으라는 식이 아니고 서로가 남의 이야기가 더 좋을지 모르니 듣고 조용히 판단하는 그런 차이가 아닌가 한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 보자. 미주 한인경제에 관련된 모든 기관에서 오늘 이 순간부터 서로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그 많은 조직 내에서의 어려움과 갈등도 쉽게, 적어도 예전보다는 더 쉽게 해결되지 않을까. 경제적 효율도 엄청나게 더 좋아지지 않을까. 삐걱거리는 게 별로 없이 굴러가는 수레가 훨씬 빨리 간다는 진리가 우리에게 해답을 주지 않을까.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말하고 있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 경제의 한심한 현실도 국정을 맡아 있는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을 때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그 똑똑하다는 대통령도 반드시 너무 늙어서 굳어버려서 국민들로부터 10% 정도의 인기밖에 없는 게 아니라 그 자신이 남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
국회에서 다수의 불신임 결의를 받은 각료 하나를 해임된 며칠 후 자기의 특보로 다시 앉히는 건 너희들은 나보다 똑똑하지 못하니 내 생각이 항상 너희들보다 낫고 내 방식대로 하는 게 항상 좋다는 그 오만함 때문이 아닐까. 대통령이 나라의 다른 사람에게 존경심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 너무나 또렷이 보이는데 다른 사람들이 왜 대통령을 존경하겠는가. 대통령이 남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금이라도 돌아선다면 국민들도 대통령을 존경하게 되고 정치가 경제를 도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논리의 전개를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존경심의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경제 경영의 효율도, 이 사회의 진행도, 공공기관의 의사결정에서도, 거래선간의 관계에서도 서로에 대한 존경심은 우리 한인들을 엄청나게 개선시키고 근사하게 만들고 풍요롭게 해주지 않을까. 우리는 멋있는 민족이 되지 않을까. 비싼 옷을 입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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