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TC 사망자 81%가 평균 39세의 아빠들
트리시 스트레인(32)과 낸시 머로니(39), 낸시 셰어(45)와 제닌 바론(36)은 9·11 테러로 인해 ‘미망인 그룹’에 강제 편입됐다.
얄궂게도 한날 한시에 남편을 잃은 이들은 ‘홀로 서기’라는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아이들을 건사하고,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벅찬 과제가 남편이 떠난 자리에 ‘유산’처럼 남겨졌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감정을 제대로 추스를 사이도 없이, ‘테러 미망인’들은 사망증명서를 신청하고 아이들을 위한 학비 적립구좌를 신설하고, 신용카드사에 납부기일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전하고, 자녀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쓸어주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혼돈의 와중에도 상실감과, 분노와, 외로움은 어김없이 찾아든다.
스트레인은 지난 1개월간 수시로 엄습하는 분노에 시달렸다. "도대체 미국의 정보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누구의 자존심을 만족시키려 110짜리 고층건물을 지은 것인지" 그녀는 벌써 수천번째 되묻고 있다.
머로니는 고소 공포증에 시달리던 남편생각에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101층에 근무하던 데니스는 창문 쪽으로 다가설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고 털어놓았었다. 데니스는 "전망이 기가 막힌 천상의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동료직원들의 자랑에 늘 장단을 맞추곤 했지만 머로니는 그가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을 "지나치게 좁은 비상계단을 지닌 거대한 ‘죽음의 덫’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망인들에게 덩그렇게 남겨진 자녀들은 위로의 근원이자 눈물의 수원이다.
에선(6)과 줄리아(2) 등 두 자녀를 둔 바론은 남편의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아빠의 사망소식을 큰 아이에게 알리지 않았었다.
그녀가 뒤늦게 사실을 털어놓자 에선은 "아빠는 내 영혼 속에 있다"고 의젓하게 선언했다. 아들의 그 의젓함이 바론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스트레인은 "꿈에서 대디를 보았다"며 그의 행방을 묻는 아들 핀(3)에게 "아빠는 천사가 되어 예수님과 함께 하늘나라에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핀은 창가로 달려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빠가 보이지 않는다"고 칭얼댔다. "너는 아빠를 보지 못해도 아빠는 언제나 너를 보고 있다"는 엄마의 말에 에선은 더이상 보채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스트레인은 "핀이 수업 중에 울었다"는 유치원 교사의 전화를 받았다.
어느 날 갑자기 ‘홀어미 가장’이 되어버린 ‘테러 미망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세상과 맞설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남편의 그늘아래서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다 느닷없이 세상 속으로 내던져진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곤 한다.
각종 고지서 납부를 비롯, 집안의 대소사 모두를 남편에게 일임했던 스트레인은 남편의 자리가 이처럼 큰 것인지 미처 몰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녀는 "재정문제나 잡일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익숙해지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을 위해 아빠가 남긴 빈 자리를 대신 채워주지는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에 따르면 월드 트레이드센터 사망자의 81%가 남성이었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39세였다. 사망자의 대다수가 아내와 자녀를 둔 기혼남성이었다는 결론이다. 줄리아니 시장은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의 수가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테러의 후유증은 아직 시작조차 되지 않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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