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상에서 가장 긴 주차장’이라는 별명의 L.I.E.를 가고 있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경찰차 5~6대가 경광등을 켜고 시끄러운 경적소리를 울려대며 나란히 달려가고 있었다.
언뜻 고개를 돌렸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예전같으면 기자라는 직업상 경찰차가 요란스럽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혹시 무슨 사건이 났나하고 궁금증을 가졌을텐데, 적어도 여러 대의 경찰차가 줄지어 달려가는 장관(?)에 목을 빼가며 쳐다보기라도 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9.11 테러가 가져온 생활의 변화는 유쾌하지만은 않다. 퀸즈보로브릿지를 건너가다보면 주방위군 장갑차와 군복 위에 교통(Traffic)이라고 쓴 조끼를 입은 군인들이 질서를 잡고 있다. 한국에서 많이 경험했던 군인과 경찰들의 위세를 미국 뉴욕에서 또다시 볼 줄이야. 물론 이곳의 군인 풍경은 추가 테러의 공포를 상당부분 사라지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스산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21세기 최초의 전쟁이 시작됐지만 의견은 분분하고 느낌은 상이하다.
무고한 미국인을 희생시켰으니 무자비한 보복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한인들이 있고 이슬람에 대한 미국의 대외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며 전쟁과 보복이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사람도 많이 본다. 또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하루빨리 전쟁을 종결시키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일부는 이러다가 3차대전이 발발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시쳇말로 ‘게임이 안되는’ 전쟁을 하면서 미국의 자부심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언제 다시 올 지 모르는 추가 테러의 공포와 장기전의 우려 때문인 것 같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은 물론 인근 이라크와 멀리 동남아 등 전세계의 테러 조직과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쯤되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의 냄새가 난다. 영화속의 수퍼맨도 악당 일부만 상대하지 이렇게 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난 한 놈만 골라서 죽도록 박살낸다”는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이번 전쟁이 불가피하지만 가능하면 빨리 끝내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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