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사건의 여파로 이민국(INS)에 의해 구금된 회교권 출신들이 간수들의 묵인 하에 다른 구금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거나 변호사 접견이 거부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많아 심각한 민권침해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테러사건 발생 이후 이민법위반 등의 명목으로 INS에 의해 구금 당한 회교국 출신자들은 대략 700여명. 수사당국은 구금자들을 상대로 테러용의자 색출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이들 가운데 테러사건에 간접적으로나마 연루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수사관들 역시 이를 인정하고 있다.
전국의 민권단체들이 제시한 사례는 대단히 구체적이다.
미시시피에서 유학중인 한 파키스탄인은 발가벗겨진 상태에서 구치소내의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집단구타를 당해 고막이 터지고, 이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으나 교도관들은 아는 척도 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통증을 호소하자 고작 아스피린 두 알과 찜질용 팩을 주었다. 하스나인 자베드로 신원이 밝혀진 이 유학생은 지난달 19일 앨라배마주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후 미시시피주와 위스콘신주를 비롯, 3개 주의 교도소를 전전하며 조사를 받은 다음 3일만에 석방됐다.
이집트 태생으로 존 F. 케네디 공항 직원인 모하메드 매디는 테러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 고국 방문 길에 오른 아내와 아이를 보안검색을 거치지 않은 채 비행기에 탑승시켰다가 10월3일 체포됐고, 뉴욕시 구치소로 끌려가 간수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또 위스콘신, 일리노이, 인디애나 등지의 INS 구치소는 테러사건 이후 붙잡혀온 ‘조사 대상자’ 전원에게 변호사 접견을 허용치 않았고 1주일간 단 한 통의 전화도 걸지 못하게 했다. 텍사스의 교도소에 구치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남성은 매트리스와 담요, 물컵 조차 제공받지 못했으며 회교예배 시간을 지키기 위한 시계도 빼앗겼다.
구금자들에 대한 민권위반 우려가 제기되자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최근 "신고가 접수된 사안들을 중심으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진행중이며 이미 일부 문제를 찾아냈다"고 밝히고 "연방정부는 헌법에 기초해 부당한 민권침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몇몇 피해자의 변호사들과 민권단체 지도자들은 "판사들까지 국가 보안상의 이유를 앞세운 검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구금자들에 대한 보석책정을 거부하고,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가 하면 법정문서 봉인 명령을 내리는 사례가 많다"며 "테러사건 이후 미국의 법적 정의는 커다란 도전에 부딪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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