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 공격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미 제5함대 기지가 위치한 바레인은 주변 회교권의 따가운 눈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오사마 빈 라덴 추종세력의 제1공격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각료 암살사건과 관련, 이스라엘이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범인인도 및 테러조직 축출 등의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격하겠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자 중동전쟁이 재발하는 것이 아니냐며 미국의 조속한 전쟁종식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2일에는 수도 마나마 시내 바레인 국립은행에 흰색 가루가 담긴 편지가 배달돼 이 은행이 입주한 26층 건물에서 근무하던 수백명의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고 군과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 바레인 국민들을 극도의 긴장속으로 몰아 넣었다. 다행히 발견된 흰색가루는 탄저균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곳 언론들은 이 사태를 생방송을 보도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21일에도 수상한 편지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바레인 지사로 배달됐었다는 정부의 발표가 나오자 바레인을 상대로 한 테러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바레인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반영한 듯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대국민 특별담화를 발표하는 등 민심수습에 나섰다.
하마드 빈 이사 알 칼리파 국왕의 친동생인 샤이카 알 칼리파 수상은 담화문에서 "테러와의 전쟁이 조속한 시일내에 종식되기를 희망하단"며 "이번 전쟁으로 무고한 아프카니스탄 민간인들이 희생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칼리파 수상은 또 "바레인은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 전쟁은 탈레반 정권과 오사마 빈 라덴에 맞춰져야 하며 아프카니스탄 국민들도 희생자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미국을 방문한 샤니카 빈 하마드 알 칼리파 국방장관도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라마단 기간 이전에 전쟁이 종결되기를 바라는 바레인 정부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 수뇌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곳 언론들은 아프카니스탄 전쟁 장기화될 경우 갖게 될 바레인 정부의 부담감을 나타낸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바레인 정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인도, 쿠웨이트 등으로 둘러쌓인 페르시아만의 작은 섬나라 바레인은 지금 주변 회교권 국가들의 따가운 눈총과 테러위협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를 놓고 곡예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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