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의 아동복지기관들로 ‘월드 트레이드센터 고아’를 입양하겠다는 내용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월드 트레이드센터(WTC)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1만명 내지 1만5,000명의 고아가 발생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미국인들과 전세계의 독지가들이 다투어 입양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 그러나 아동복지기관들은 "새로운 가정을 필요로 하는 WTC 고아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언론의 터무니없는 ‘오보’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동보호기관의 관계자들은 "도대체 언론이 무엇을 근거로 1만명 내지 1만5,000명의 고아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WTC 고아에 대해 언급한 대표적인 신문은 뉴욕타임스로 이 신문은 얼마전 사설에서 1만5,000명의 어린이들이 테러참사로 인해 고아가 된 것으로 추정했다. 힐러러 로담 클린턴 연방상원의원 역시 지난주 전국공영 라디오 방송 연설에서 월드 트레이드센터 고아가 1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들 외에 다른 언론매체들도 자체적인 집계나 공인들의 말을 빌어 수 백명에서 수 천명에 달하는 고아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한 수치는 근거가 전혀 없는 주먹구구식 계산에 불과하다. 월드 트레이드센터의 실종자 수를 대충 5,000명으로 잡은 뒤, 이들 가운데 90%가 기혼자고 한 사람당 평균 2명의 자녀를 두었을 것이라는 추론에 바탕해 적어도 수백명이나 수천명의 고아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는 어림치기 계산을 해낸 것. 피해가정 중 편부나 편모가정도 적지 않았을 터이니 수 천명은 좀 심하다 해도 수 백명의 아이들이 고아가 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식의 안이한 결론을 내린 셈이다.
이에 대해 뉴욕주 아동복지센터는 "부모 중 어느 한쪽을 잃은 아이들은 상당수에 달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고아가 아니며, 편모나 편부가 사망한 미성년자들 역시 생부나 생모가 어딘가에 살아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실관계가 확인된 월드 트레이드센터 고아는 단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언론매체들은 그동안 고아들에 대한 감동적 스토리를 심심지 않게 내보냈다. 탁아소 보모가 고아가 된 다섯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든지, 부모를 잃은 불법체류자들의 자녀들이 가정지원센터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등의 허황한 이야기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언론사들은 처참한 참극의 와중에서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발굴하려 애썼을지 모르지만,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기사를 내보내는 등 지나치게 ‘오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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