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겨울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혹한 전투가 갖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지와 USA 투데이지 등은 26일 아프간전 참전 경험이 있는 옛 소련 퇴역군인들과의 인터뷰나 아프간의 기후나 지형에 대한 분석에 입각, 아프간 겨울 전투의 어려움을 우려했다.
소련 참전군인들과 아프간 반군 북부동맹 관계자들은 영하 51까지 내려가는 기온과 6피트 깊이의 눈은 미군의 작전을 방해하기에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1980년대 초 아프간 게릴라 지도자들을 체포·사살하는 특수부대 사령관이었던 세르게이 곤차로프 모스크바시 의원은 "아프간의 겨울은 탈레반 전사만큼 가공스런 적"이라며 미국에 "서두르라"고 충고했다. 곤차로프에 따르면 겨울이 오면 폭설이 내려 산악도로가 아예 차단되고 강풍에 짙은 안개로 헬기도 쓸모가 없어져 군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파고 만든 구덩이나 암벽에 지은 막사를 지키는 것뿐이다.
1989년 크렘린 수석 군사고문이었던 마크무트 가레예프는 향후 몇개월간 미군이 닥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좋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련군 사령관을 지냈던 이들은 소련군이 겨울 내내 한 일은 보급로 확보, 훈련, 기지 방어 등이었다고 밝혔다. 공수부대 사령관으로 아프간전에 참전했던 알렉산더 피쿠노프는 "숲이 없어 몸을 녹일 불조차 피울 수 없는 현실을 상상해 보라. 그런 기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어려운데 미국인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면서 "아프간 전사들이 양말도 신지 않은 고무장화에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육체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아프간 전사들은 앞이 터진 신발을 신고 모포 한 장만 어깨에 두른 채 소총과 빵과 물만을 가지고 산악으로 들어가 전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또 너무 춥다 싶으면 국경지대에 총을 감춰두고 파키스탄으로 넘어와 돈을 벌며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다시 돌아가 총을 꺼내드는 생활을 수십년간 반복해온 사람들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미군 지휘부는 소련군의 경험과 미군의 계획은 직접 연결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소련은 아프간 전쟁 10년 동안 64만명의 병력을 투입했으나 미국은 제한된 지상전만을 계획하고 있다. 소련은 군대와 보급품을 산악로를 통해 트럭으로 실어 날랐지만 미국은 대부분 항공기로 수송하거나 파키스탄쪽에서 저지대 접근로를 확보하고 있다. 소련은 쌍안경과 지도, 나침반에 의존하고 현지인들로부터 적을 식별하는 정보를 얻었지만 미국은 차량의 번호판까지 보여주는 정교한 위성을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