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인들은 ‘가을의 고전’이라는 이번 월드시리즈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양키스는 디비전시리즈에서 홈 2연패 후 극적인 3연승으로 침울했던 뉴요커들의 마음을 들끓게 했고 아메리칸리그챔피언결정전에서는 올시즌 최고 승률팀을 간단히 꺾어 월드시리즈 4연패에 도전한다.
연이은 테러와 전쟁, 탄저병 공포 등으로 움추러들었던 뉴요커들은 양키스의 허슬플레이에 예전보다 더욱 열광하고 있다.
한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규 시즌까지만해도 “그동안 월드시리즈 3연패를 했으니 올해는 우승 안해도 그만”이라고 말하던 한인들은 이번 포스트 시즌 동안 양키스가 보여준 패기와 끈기에 뉴요커로서의 자긍심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한인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신생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예상을 뒤엎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D’백스에는 한국의 김병현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동, 서부라는 지리적인 여건 때문에 뉴욕 한인들에게는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던 김병현은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눈부신 피칭과 두둑한 배짱으로 한인들의 자부심을 한껏 세워줬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이 중량감있는 양키스의 타자들을 상대로 멋진 투구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상대적인 전력에서 우위에 있는 양키스에게 뭇매를 맞으면 어쩌나하는 우려도 있다.
벌써 이번 월드시리즈 티켓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힘들고 한 장에 3,000달러를 호가한다고 한다.
지구 한켠에서는 죽고 죽이는 21세기 첫 전쟁이 한창이고 전쟁 당사자인 미국에서는 테러 이후 탄저병 공포가, 또 침체된 경제에 대한 걱정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3S(Sports, Sex, Screen)인 스포츠의 진가가 빛을 발하고 있다. 탄저병 확산과 추가 테러에 대한 공포를 ‘미국 생활의 일부’라는 야구를 통해 잊고자하는 심정일 것이다.
올가을엔 ‘광적인 스포츠’와 ‘삶과 죽음의 전쟁’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본성-야만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줄 지, 아니면 허탈감이 만연할 지 궁금하다. 안그래도 요즘 한인사회가 더 삭막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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