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을 무려 37년이나 했건만 필자는 아직도 미식축구시합에 한번도 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경기 중계 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없다. 양측 선수들이 이전투구식으로 몸싸움 하는 것만 보아도 규칙이 없는 게임 같아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그래도 야구시합은 규칙을 이해하기 쉬워서인지 TV중계를 가끔 보는 편이다. 특히 아메리칸 리그와 내셔날 리그 결승전, 그리고 월드시리즈는 가장 잘하는 팀들끼리의 경쟁이라 볼거리로 재미가 있다.
금년도 월드시리즈는 애리조나의 다이아몬드 백스팀과 뉴욕 양키스팀의 접전이다. 양키스팀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과거 80회의 아메리칸 챔피언십 경기에 있어서 거의 반수가 되는 38회를 이긴 팀으로서 그만큼 타지방의 다른 팀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더구나 금년까지 네 번 연속해서 월드시리즈에 임하게 되는 기록도 있고 해서 안하무인격의 오만함도 깃들여 있다. 특히 조지 스타인브레너라는 구단주의 전횡은 가히 전설적이라 미움의 대상이 된다. 필자도 매년 양키스가 지기를 바라는 측이다.
금년도에는 양키스팀이 챔피언십 게임에서 탈락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간신히 동부 디비젼의 결승전에는 올랐지만 오클랜드 팀과의 접전에서 뉴욕의 홈 그라운드의 잇점에도 불구하고 두 번을 내리 졌기 때문에 다들 오클랜드 팀이 이길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양키스팀은 오클랜드 구장에서 두 번을 내리 이기고 뉴욕에 와서 5회전에도 이겼기 때문에 아메리칸 리그의 챔피언십 게임에서 시애틀 마리너스 팀과 붙게 되었던 것이다.
시애틀 팀이야말로 정규시즌의 162번 경기에서 무려 116번이나 이김으로 몇십년만에 가장 많이 이긴 팀이 되었기에 뉴욕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뉴욕은 4 대 1로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이 된 것이다.
뉴욕팀에 나이든 선수들이 많아 이치로 스즈끼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시애틀 팀을 못당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에서의 두 번 게임에서 이긴 끝에 뉴욕으로 와서 3회전에서 한번만 지고는 4회와 5회전에서 이겼기 때문에 나머지 두 게임은 필요조차 없어졌다.
뉴욕선수들을 분발시킨 것 중에는 9.11사건이 중요하게 손꼽힐 것이다. 5,000명 이상의 죽임을 가져온 전대 미문의 대테러사건 때문에 비통과 비분에 잠긴 시민들에게 그나마 비극을 생각지 않을 기회를 만들어 주자는 공감대가 선수들과 감독들 사이에 형성되었을 법하다. 문자 그대로 불철주야 9.11이후의 사태 대비와 탄저균 테러사건 전모 발표에도 앞장선 줄리아니 시장이 늦게나마 꼭 뉴욕구장에 나타나 양키스를 응원했다는 사실도 뉴욕선수들의 동기가 보통 때와는 다르게 되는데 작용되었을 것이다.
다이아몬드 백스팀은 조직된지 4년만에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애리조나주 사막의 독사 이름이 붙여진 팀으로 새 팀인데도 투수로는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 등 쟁쟁한 기록 소유자들이 있어 뉴욕의 로저 클레멘스, 마이크 무시나 등의 투수들과 실력을 겨룬다.
김병현 투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게 되는데 그는 클리블랜드 팀과 애틀란타 팀과의 대전에서 8회, 9회의 이닝에서 다이아몬드 백스의 우위를 지키는 세이브를 기록해서 수훈갑을 세웠다.
그러나 뉴욕팀에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세이브의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는 투수라서 두 사람의 접전이 볼만 할 것이다.
평소에는 양키스팀을 싫어하던 많은 사람들이 그 팀을 성원하는 이유는 그 팀이 이겨서 뉴욕 시민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9.11 사태는 운동 관전 전통에도 변화를 가져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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