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느 팀을 응원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양키스가 이겨서 좋기는 하지만 김병현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무리 양키스 팬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김병현이 뛰고 있는 다이아몬드백스를 응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2001년 월드시리즈는 뉴욕 한인들에게 오랫 동안 잊혀지지 않을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 간판팀인 양키스가 프랜차이즈로 있는 뉴욕에 산다는 남다른 자부심과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마무리 투수로 활약 중인 김병현이 한인이라는 자존심이 서로 상충돼 ‘무엇이 우선’인지 판단할 수 없는 가치관의 혼돈마저 일으킬 정도다.
사실 양키스는 뉴요커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 야구 이상의 무엇과도 같은 상징적인 존재다. 이러한 양키스가 미국이 미증유의 테러를 당한데다 아프가니스탄과 지지부진한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포스트시즌서 불굴의 투혼을 잇따라 보여주고 있어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스포츠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물론 김병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서도 평일 낮에 생중계된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직장과 가정마다 TV를 켜놓고 일희일비를 터뜨렸다는 소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드트레이드센터를 잃고 후속 테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양키스는 희망이자 모두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약관(弱冠)의 나이를 갓 넘긴 22세의 김병현이 ‘꿈의 구연(球宴)’이라 불리는 월드시리즈서, 그것도 메이저리그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양키스타디움서 당당히 볼을 뿌려댄 모습은 뉴욕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한인들에게 자긍심을 안겨준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비록 월드시리즈 첫 등판서 홈런 두 방을 맞아 무너졌지만 젊은 나이와 일천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감안할 때 이번의 실패를 거울 삼아 앞으로 그가 보여줄 활약에 더욱 기대가 크다.
아무튼 이번 월드시리즈는 뉴욕 한인들에게 어느 팀이 이겨도 좋은 ‘윈-윈 게임’이 분명하다. 양키스가 이기면 뉴욕이 승리한 것이고 다이아몬드백스가 이기면 김병현이 승리한 것이니 이보다 더 즐거운 게임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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