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결혼한 사람이라면 헬렌 박씨(45)의 얼굴이 낯익다. 동글납작한 얼굴에 항상 미소 띤 그녀를 만나면 까다롭다는 신부들도 별반 따지지 않고 ‘일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맡겨 버리곤 한다.
남편인 전문사진작가 박제돈씨(48)와 함께 ‘박스포토 스튜디오’를 18년째 운영하는 헬렌 박씨는 그동안 총 2,500쌍이 넘는 신랑신부의 결혼사진을 찍었다. 물론 사진을 찍는건 남편과 전속 사진작가들. 그러나 고객들은 스튜디오를 처음 찾아가 상담으로부터 촬영 스케줄을 예약하고 수백장의 사진 프루프를 센스있게 골라 멋진 앨범을 꾸며주는 그녀가 더 친숙하기 마련이다.
"일생에 가장 행복한 얼굴,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하는 일만 하다보니 매 순간 보람을 느낍니다. 우리가 만드는 사진이 수많은 가정의 벽에 걸리고 평생 기념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즐겁고 중요한 일이지요. 세월이 갈수록 이 일을 사랑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결혼으로 좋은 인연을 맺은 커플은 거의 대다수가 평생 고객이 된다. 첫아기의 백일과 돌, 둘째 아기의 백일과 돌을 지나 가족사진, 부모님 회갑연등으로 이어지면서 일가친척의 가족행사때마다 만나게 되는데 몇 년만에 훌쩍훌쩍 크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 결혼사진은 2,500여건을 찍었지만 여기서 파생된 이벤트 파일까지 합치면 총 6,000건이 넘는다.
오래 사진을 찍다보니 당황하는 일도 더러 있다. 몇 년전 결혼사진을 찍어준 커플이 이혼후 각각 재혼한다며 다른 짝을 찾아 사진 찍으러 오는 경우는 평범한 케이스. 최근에는 한 재혼 커플이 찾아왔는데 두사람 모두 바로 1-2년전 바로 이 스튜디오에서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사진을 찍었던 사람들이라 씁쓸했던 기억도 있다. 박제돈씨는 결혼식장에서 싸우다가 그 자리에서 ‘깨지는’ 케이스도 두 번이나 봤고, 신랑의 전 애인이 쳐들어와 난장판이 된 경우도 보았다고 전한다.
83년 도미한 헬렌 박씨는 취미로 사진을 찍다가 자기보다 훨씬 잘 찍는 남편을 만나 84년 올림픽가에 처음 스튜디오를 열었다. 90년 이웃해있던 백악관 웨딩샵을 인수해 11년동안 토탈 웨딩샵도 운영했는데 올해초 한국서 돌아온 백악관 전 주인에게 되팔고 지금은 다시 사진에만 전념하고 있다. 늦게 얻은 아들 태산이는 초등학교 4학년.
한인타운에서 가장 오래, 그리고 성공적으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해온 비결에 대해 그녀는 ‘좋은 사진을 손님과 공유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skch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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