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일하고 있는데 ‘꽝’하는 굉음이 들렸습니다. 종업원이 뛰어 나가더니 하늘에서 뭐가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저도 나가보니까 낙옆 혹은 무슨 종이조각이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갈매기떼가 하얗게 하늘을 날아가는 것처럼도 보이더군요. 이어 큰 휘파람 소리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비행기가 동네 주택가에 추락했습니다. 잠시후 처음보다 더 큰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습니다.”
JFK 국제공항에서 이륙 3분만인 12일 오전 9시17분께 아메리칸 에어라인 여객기가 추락한 파 라커웨이 비치 129가와 뉴포트 애비뉴에서 불과 10여 블럭 떨어진 곳에서 ‘가든 베스트 델리’(186 Beach 116th Street)를 운영하는 김영희(54)씨의 사고 목격담이다.
지난 5년간 라커웨이 팍 주민을 상대로 델리를 운영해온 김씨에 따르면 비행기가 추락한 직후 동네 사람들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9.11 테러 참사에 이은 후속 테러로 생각하고 공포감에 휩싸였다.
얼마 후 사이렌 소리가 온 동네를 뒤덮고 경찰관, 소방관, 앰불란스 등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가게에 손님이 뚝 끊겼다.
김영희씨의 가게와 동일 선상에 위치한 ‘라커웨이 비치 클리너스’(238 Beach 116th Street)의 다니엘 박(54) 사장도 사고 순간을 목격했다. 박 사장은 한순간 멍하니 있다 사고 현장과 더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이 걱정이 돼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다. 집은 사고 현장에서 불과 8블럭 떨어져 있다.
“주위 집들이 울릴 정도로 큰 굉음이 들렸습니다. 사람들이 갑자기 달려가고,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서 월드트레이드 센터 참사 당시와 같은 검은 연기가 치솟아 가슴이 철렁 내려 않았습니다. 집에 연로하신 어머님과 공휴일이라 등교하지 않은 애들이 있어 급하게 달려 가보니 이웃 집들이 불에 타고 있고 우리집으로도 연기가 막 들어오고 있습디다. 정신없이 어머님과 애들을 가게로 피신시켰습니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사고 현장 1마일 반경에는 한인운영 세탁소 4개, 델리 그로서리 3개, 네일업소 3개를 비롯 10여개 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하버 클리너스’(차영원, 424 Beach 129th St.)와 ‘벨 하버 푸드’ 델리(황씨 형제, 413 Beach 129th Street)는 비행기가 추락한 지점에서 한인 업소로는 가장 가까운,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들 업소들은 다행히도 직접적인 피해는 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고 현장을 조사하는 관계당국이 주변 접근을 통제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라커웨이 지역은 아일랜드계, 폴랜드계, 유태인 등 백인 중·상류층이 주로 거주하는 바닷가 동네로 한인은 10가구 안팍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특히 경찰관, 소방관, 교사 등 공무원과 전문 금융인들이 많이 거주하며 지난 9.11 테러참사 당시 직·간접적으로 친인척이 사망한 가정이 30여 가구에 달해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역시 119가에 소재한 ‘네일 프로 2’(260 Beach 116th St)의 한 종업원은 “경찰들이 길을 다 막아 놓아 당장 오늘 일이 끝난 후 어떻게 집에 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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