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열의 경제칼럼 96
▶ <뉴욕 페이스대 석좌교수>
필자가 젊은 조교수 시절 교직에 평생 몸을 담는다면 무슨 좌우명을 갖는 게 필요할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사회의 경험 없이 계속 학교란 울타리 안에서만 계시는 분들과는 조금 다른 직업 배경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처음 직장이 미국계 은행이었다. 대부심사부문에서 경영분석을 주로 하는 일에서 시작해서 금융계이긴 하지만 새로운 공장 건설이나 기업 확장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일들을 해서 비교적 직장 일의 적극적 성격이 마음에 들었었다.
한국 내에서 활동하는 미국계 직장에서 생기는 이상한 분위기가 필자가 근무하던 체이스 맨해튼 은행에선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한국인으로는 가장 책임 있는 자리에 계시던 어느 능력 있는 경영자 덕분이었다. 마침 필자의 운이 좋아서 그분을 직접 모시고 일하게 되었는데 그 분은 부하에게 동기를 부여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분이었다.
지금 기억으로 무척 열심히 일했었다고 생각된다. 매일 밤 본점의 분석 매뉴얼을 집으로 가져가 공부한 것을 그 다음날 하는 일에 써보고, 어떤 날은 근무시간 이후까지 일하다 보면 삼성 빌딩이 문을 닫아 집엘 가지 못하고 한일은행 지점 숙직실에서 자야했던 때도 있었다. 젊은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그 때 한국은 밤 12시에 통행금지가 있어서 새벽 4시까지는 길에 나갈 수 없었다.
특별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일요일에도 사무실에 나가서 일한 때가 많았다. 물론 그 때는 총각 때라서 가족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하여튼 무척 열심히 일한 때였는데 그 때 젊은 직원들을 열심히 일하게 한 그 경영자의 능력은 어떤 것이었을까 뒷날 두고두고 생각을 해보았다.
결론은 열성(enthusiasm)이었다. 그 경영자는 부하직원이 열성(정열이라고 하기에는 좀 어감이 어색하고)을 가지도록 응원단장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한 것이었다. 그 분이 이후 미국에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경영에서 성공하고 미국 회사를 크게 키운 전 서울대 총 동창회장 오인석씨이다.
이야기 서두의 좌우명 얘기로 돌아가 보기로 한다. 이왕 부자가 되는 것은 포기한 뒤라서 보람 있는 교수 생활을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죄우명을 열심히 찾았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나 한국처럼 인생의 좌우명이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의실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그때 학회 회장을 하는 유명한 교수 분이 훌륭한 강의를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Enthusiasm, Care, Knowledge 였다. 중요성의 순서 대로였다.
아무리 학식이 많아도 학생들을 계속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없고 가장 기본적인 토대로는 열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수가 먼저 가르치는 토픽에 열정이 있어야 그것이 학생들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그 후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든 지금에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포춘지 제프리 콜빈이 찾은 바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경영자 두 사람 GE의 잭 웰치와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허브 켈러허의 공통점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 두 불세출의 경영자들은 Love란 말을 일상 경영에서 그렇게 자주 썼다고 한다. 영어가 가지는 의미 때문에 그렇지 자세히 보면 열성에 대한 얘기로 들린다.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회사에 열성을 가지게 되는가 그것을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는 얘기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공통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열성을 가지고 또 주위의 직원들이 열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응원단장인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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