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밀워키 사람들은 미시간 호숫가에 증축된 ‘밀워키 미술관’을 보러 가느라 바쁘다. 스페인의 건축가이자 엔지니어인 산티아고 칼라트라바(50)가 설계한 이 건물에는 볼거리가 많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단추 하나를 누르면 펴지도록 설계된, 하얀 페인트를 칠한 72개의 강철 날개다. 몇분만에 수력으로 움직이는 튜브가 위로 올라가면 그 커다란 날개를 저 멀리 미시간호의 수평선과 평행되도록 217피트까지 편다.
기술적으로 볼 때 이 강철 구조물의 기능은 매우 소박하다. 이 미술관의 새로운 입구이자 의식적인 공간 역할을 하는, 90피트 높이의 유리와 강철로 만든 원추 모양 건물의 내부가 과열되지 않도록 햇빛을 막아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구조물의 이름은 프랑스어인 ‘브리즈-솔레이유’, 즉 ‘차양’이란 뜻이다.
보통의 차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여서 그것이 연결되어 있는 건물의 외관을 바꿔 놓지도 않을뿐더러 건물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변형시키는 일도 없다. 그런데 이 차양은 그 두 가지 일을 모두 하고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뿐만 아니라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고 기대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디자인된 ‘브리즈-솔레이유’는 1억달러를 들여 14만2,000스퀘어피트를 확충시킨 이 미술관의 간판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증축 공간은 1957년에 에로 사리넨이 설계한 상자형 본관의 남쪽 호숫가를 따라 길고 납작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칼라트라바의 이 평평해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신축 건물에는 새 전시장, 강당, 소매점과 2개의 전시 공간 역할을 겸하는 긴 복도가 들어가 있다. 그 남쪽 끝에 원추 모양의 로비 파빌리온이 자리잡아, 차양 날개가 펼쳐지지 않았을 때도 드라마틱한 끝맺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차양 날개가 올라가면 이 파빌리온도 날아가는 것 같아 보인다. 물이 땅을 만나고 하늘이 바다를 만나는 기쁨을 담은 칼라트라바의 설계 덕분이다. 칼라트라바가 건축과 예술을 더욱 극적으로 결합시킨 이 건물에서, 150만달러를 기증한 밀워키의 부동산 개발업자 존 버키와 그의 아내 머프의 이름을 붙여 ‘버키 브리즈-솔레이유’라 불리는 이 차양은 명실공히 움직이는 예술품이다.
미국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 칼라트라바(50)가 이제까지 미국에서는 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밀워키 이 건물이 칼라트라바가 유럽 전역에 지은 어느 미술관이나 극장, 공항, 기차역이나 다리를 복제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세빌에 하얀 하프 모양의 현수교, 리스본에는 질서 정연하게 키 순서대로 심은 나무 모양으로 강철 및 유리 기차역, 발렌시아에는 커다란 눈을 덮는 눈꺼풀처럼 열리고 닫히는 활 모양의 어마어마하게 큰 철제 구조물을 반구형 천문대를 지은 그의 정신은 똑같이 살아 있다.
처음엔 미술을 공부하다 건축, 나중에는 도시 계획을 공부한 칼라트라바는 30세에 토목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다음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겨우 20년만에 이 특출한 인재는 건축과 공학의 가능성의 한계를 크게 넓혔다.
그를 미국 무대에 처음 선보이게 한 밀워키 미술관 프로젝트는 7년전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건축계에서 자기보다 더 쟁쟁하던 이름들과의 당당한 경쟁을 거쳐 따낸 프로젝트였다.
이 건물에는 물론 차양말고도 칼라트라바의 독특한 디자인이 많이 들어있다. 원래 이 미술관 프로젝트에는 당장 해결할 필요가 있는 숙제들이 여럿 있었다. 멋진 새 입구도 필요했고 전시 공간도 더 필요했으며 강당도 있어야 했고 자동차와 보행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접근하게 할 필요도 있었다. 주차공간이나 일류 소매점, 물가 경치가 보이는 식당 같은 것도 있으면 좋았었다.
칼라트라바의 설계는 그 모든 필요를 멋지게 해소시키는 것 이상을 해냈다. 다운타운 워터프론트 지역의 소생이라는 도시 계획 목표를 도우면서 밀워키의 번화가인 위스콘신 애비뉴와 직접 연결되도록 기막히게 설계된 보행자용 다리도 놓았다.
19세기 미국, 20세기 독일 및 현대 세계 미술품 컬렉션이 훌륭한 밀워키 미술관은 이제까지 건물이 변변치 않았다. 1957년에 원래 이 도시의 전쟁 기념관으로 지어진 본관은 당시로서는 괜찮은 건물이었지만 미술관으로서는 부족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너머로 미술관 이름에 걸맞는 멋진 현관도 갖춘 이제,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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