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제로는 땅끝까지 참혹하게 뻥 뚫려있다. 시커먼 먹구름인지 불 연기인지가 하늘을 눌러서 흉하게 뻥 뚫린 땅속으로 묻어버렸다. 해도 달도 별도 함께 묻어버렸는지 볼 수 가 없다. 공중에 흔들대는 줄사다리가 나의 사지 모양으로 떨면서 까만 공간에 흔들흔들 매달려 있을 뿐 무서운 적막만이 나으리 슬픔을 막아 숨을 쉴수도 없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팔을 있는 힘을 다해 뻗쳐 그 줄사다리를 잡으려 허우적대건만 도무지 닿지가 않는다.
꿈이 하도 실감나서 흉칙스러워 한방에 눈을 벌떡 뜬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웅크리며 다시 잠을 청해 보다가 담념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다. 조금 열린 창 틈으로 차거워진 늦가을 밤바람이 스며들ㅇ어 온 방에 냉기가 가득하다. 창 밖의 뻥 뚫린 까만 밤하늘에 얼어붙은 수은 알 모양의 푸르끼리한 달이 높다라이 걸려 그 푸르끼리한 빛을 나의 침실 안으로 끼얹어 한기가 방 한 가득히 The아져 내린다.
뉴욕의 참사현장에서 붙인 이름그대로 뻥 뚫린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그 남은 식구들의 슬픈 위령제를 보고 난 후로 요즈음 며칠째 인지 밤잠을 설친다.
갑자기 부모 잃은 아이들만 해도 만 여명이 넘는다니! 삶과 죽음의 갈래길에서 놓을 수밖에 딴 도리딴 도리가 없는 허우적거리는 수많은 손들으 울부직음이 보는이들의 심령 밑바닥에 앙금져 아프게 조각된다.
삶과 죽음 앞에 언제나 망관자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우리 인간들, 필연으로 따라가디는 그것을 정돈해 보려고 늘 무너지고, 다시 정돈해 보려면 이번엔 자신이 무너져 야수처럼 포효할 뿐이다.
한번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전화로도 좋으니 나 살아있다고 말해주오! 아무리 애써 울부짖어도 이별하는 자가 될 뿐이다.
그동안 삶이 해온 모든 것. 아름다운 행복의 순간도 폭풍치는 밤들도 급류의 원천인 굵게 주름진 인생살이 협곡들의 벼랑 끝에 세워진 흔들이는 사다리는 서로 위로하며 붙들고 섰던 추억의 영상만이 산자의 가슴속에 그늘로 드리워져 그들의 들이쉬는 숨같은 것이 된다.
모두 이별자들이다. 이 순간을 문인들은 죄 많은 인간이 태초에 신이 빚은 후 숨을 불어넣었던 인간 본연의 순수한 형상으로 승화되는 순간이라 표현하리라.
두툼하게 끼어입고 파리하게 떨고 있을 밤 하늘의 병동을 친구하러 집 뒤뜰로 나선다. 한때는 별들이 아끼고 숨겨 두었던 밀키웨이의 행복의 주화를 마당 가득히 The아내려 달콤한 꿈을 꾸게 했던 밤들도 있었건만 오늘 밤에는 행복의 주화 뒷면에 새겨진 고노와 불안과 슬픔의 얘기들로 가득히 조각된 인생살이 얘기들을 온 마당 가득히 The아놓는다.
어릴적 추억으로 달콤한 고향이 되어주던 밀키웨이가 간 곳 없고 오늘밤 따라 더 영롱해 보이는 몇 개의 별 마저도 슬프게 반신반의 하는 듯 모든 것이 모호하고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주님이 왜 이런 일을 허락하셨는지 알 수 없다고 뉴욕참사의 날 울부짖던 크루세이도의 노장 빌리 그레함은 그라운드 제로에서 어떤 기도로 이어질까? 주여! 이밤에 홀로 깨어있는 이들을 기억하소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