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하루 전쯤이면 동네 이집 저집에 차가 한 두 대씩 늘어난다. 멀리 있던 아이들과 가족들이 하나씩 둘씩 도착하는 것을 본다. 다행히 이번 해처럼 끔찍한 변을 피하여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야말로 가정 큰 축복임에 틀림없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던 동네 개구쟁이들이 의젓해져서 돌아왔다. 어느 녀석은 우지막지하게 포옹을 하고 그 꺼칠꺼칠한 얼굴을 들이댄다. 세월이 가고 이제는 그 녀석들의 젊고 새로운 세대가 온 것을 실감한다,
구닥다리 똥차(?)를 타고 온 녀석, 새 차를 몰고온 녀석, 더구나 오토바이를 부릉부릉 온 동네를 흔드는 녀석...... 옛날에는 그 극성들 때문에 소리도 꽤 질렀는데 이젠 다 귀엽고 기특하기만 하다. 이것이 다 내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가지게 되는 정감이요, 이해하게 되는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올해는 내가 직접 터어키를 굽지 않고 아들 둘에게 그 JOB(?)을 인계했다. 전날 다른 모든 준비를 해두고는 부엌을 맡겨 본 것이다. 두 오빠 덕분에 조금 편해진 막내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다행이라고 감사했고, 막내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오빠들을 놀렸다. 엄마에게 운동, 운동을 강조하는 아들들의 말대로 이제 막 시작한 운동으로 한 나절 한바퀴를 돌고 와서 저녁상을 맞았다.
오랜만에 식탁이 가득 차고 식구들의 훈짐이 공간을 매웠다. 농경 사회가 아닌 이 도회에서 추수감사절이란 내게 자식에 대한 생각과 감사와 기도를 하는 날이다. 꼭 자식농사(?)라고 표현해야 될 것은 없겠지만 혼자서 키우다시피 해온 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말없이 고마움과 기쁨의 눈물이 가슴 안으로 고인다. 참 고마운 일이다. 하느님의 보살핌과 우리들의 노력이 우리의 사랑과 신뢰를 키웠다고 믿는다.
식사 도중에 아이들에게 물었다. 오늘 감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하고. 그 중에 특이한 것은 두 아이들이 할머니가 아침마다 깨워주는 것에 대하여 공통으로 얘기 했다. 엄마인 나는 절대적이다시피 스스로 아침 잠에서 깨어날 것을 강조하고, 많은 것을 스스로 그리고 책임감있게 하도록 엄명(?)을 하니, 할머니의 배려가 고마웠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엄마에게 감사했고, 나는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감사했다.
나도 아이들에게 <나의 감사>를 얘기했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고, 지금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어머니께 감사사고,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두 아들과 딸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내 자신에게 감사할 일이다 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내 자신은 알고 있다. 하루 하루 이 현실과 세상을 헤치며 살아가는 내가 여러 가지 어려움과 정신적인 고독으로 얼마나 힘들게 싸워나가는가.... 누구보다 더 감사해주고 격려해주고 칭찬해줘야 할 사람이 있다면 <내 자신>이다.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언제나 내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 다른 하나의 타자가 되어 들여다 보라고, 자신이 사는 생활, 주관적인 행동 하나하나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노력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언행이전에 생각과 느낌이 어땠는지, 하루의 일과가 열심히 최선을 다했는지, 저녁에 돌아보는 하루의 생활이 기쁘고 보람있었는지, 즉 감사할 일로 채워진 하루였는지… 항상 생각하면서 살아가라고, 추수감사절 이 시간처럼, 감사할 것이 무엇인가를…
인생은 그것에 달려 있다. 그 <무엇인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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