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인기를 얻고 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지난 일요일 커버스토리로 그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고 CNN 방송의 래리 킹도 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방영했다. 이번주 시사 주간지들은 파월 장관의 외교적 승리와 그의 인간적 면모를 많은 지면을 할애, 보도했다.
왜 미국 언론들이 갑자기 콜린 파월을 부상시키는 것일까.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함락되고 탈레반군의 거점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미국은 큰 인명 피해를 입지 않고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지상군이 오사마 빈라덴을 체포하고 그의 조직을 궤멸시키는 일만 남았다. 9.11 테러의 주범을 독안의 쥐로 만드는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파월 장관의 외교력이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파월은 힘없는 사람으로 비춰졌다. 주요 이슈에는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가 등장해 그녀가 마치 미국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처럼 보였다. 파월은 평화주의자로 행정부내에서 매파의 견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파월은 즉각적인 공습을 주장하는 매파를 설득, 외교적 포위망을 굳혀 알카에다 테러 세력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논리가 부시 행정부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파월은 지난 50년간 주적이었던 러시아를 끌어내 동맹을 구축하고 군대파견을 꺼리던 프랑스와 독일의 참전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미국을 미워하거나 서운해하던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우방으로 만들었고 아랍계 국가들의 테러 반대를 이끌어냈다. 심지어 이라크와 이란, 북한마저 반테러를 선언하도록 유도한 사람이 바로 파월이다. 과거 대영제국과 소련이 점령에 실패한 중앙아시아의 천연 요새를 함락시킨 것은 미국의 군사력에 앞서 바로 외교력이 선행했기 때문이다.
눈을 돌려 한국의 외교를 보자. 한국은 지금 아주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설득하기 어려운 북한을 상대로 평화외교를 펼쳐야 하고 테러 사건 이후 전개되는 국제적 긴장관계에 대응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유엔의장국을 맡아 국제외교의 중심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신문을 들여다보면 한국 외교는 엉망인 것처럼 보인다. 중국에서 한국 사람이 사형됐는데도 현지 영사가 몰랐고 꽁치 외교에도 실패, 황금어장을 잃었다고 한다. 그러니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은 물러나야 한다고 어떤 신문의 사설은 주장했다.
그런 식의 논리가 옳은 것일까. 중국에서 현지법을 어겨가며 마약 거래를 해도 되는 것이며 현지 주사급 말단 직원의 실수로 장관까지 물러가야 하는가. 외교관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논쟁을 벌이다보니 정작 중국에 항의 한번 제대로 못하고 죽은 마약 거래상이 동정받는 촌극도 빚어졌다. 남의 나라 영해에서 고기를 잡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주장이 100%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업은 가능하게 되지 않았는가.
외교는 외교관만이 하는 게 아니다. 정치권과 국민이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강력한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은 많은 외교적 실수를 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장관이 공습직전 중동을 순방했지만 사우디를 설득하는데 실패했고 파월의 팔레스타인 국가창설 계획이 사전 누설돼 이스라엘의 반감을 샀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이를 탓하는 것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국민, 언론이 하나가 되어 미국의 외교와 군사 작전을 지원했다.
정치권이 서로 할퀴며 싸우더라도 외교 문제는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물론 외교가 성역은 아니지만, 국가의 영속성과 대외 신뢰성을 위해서는 정치적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될 영역임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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