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일자리를 바꾸게 되어 차 한대가 더 필요하게 되었다. 그동안 남편이 운전하던 차에 편승해 출퇴근하고 웬만한 일은 별로 불편없이 남편이 도와주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기에 할 수 없이 차 한대를 더 사야 할 형편이 되어 요즈음 우리집 화제는 주로 차 이야기에 쏠린다.
30여년 전 미국에 처음 와서부터 지금까지 가졌던 차들, 그리고 그 차들과 얽힌 그 당시의 우리들의 살아온 과정등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곤 한다. 특히 우리는 차를 갖게 될 때마다 그 차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제일 먼저 그이가 인턴을 하고 있을 때 가졌던 폭스바겐 비틀은 ‘발발이’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고 다음에 갖게 된 아우디 중고차는 ‘쌉쌀이’였고, 폐차 직전에 친구로부터 얻어다 5년 이상을 몰고 다녔던 뷰익은 ‘똥차’라고 불러주었고 내가 꽃가게를 하면서 부지런히 몰고 다녔던 닛산 스테이션 웨곤은 ‘머슴’이라고 불렀고, 사춘기를 갓 넘어 미국에 온 우리 조카녀석이 끌고다니다 물려받은 닛산 스포츠카는 ‘만신창이’, 다음으로 갖게된 인피니티는 ‘유한마담’이라 불러주지만 사실 그 차가 해낸 일들을 감안해서는 이름을 바꾸어 줘야 겠다고 가끔 생각해 보곤 한다.
다음 차로 이번에 사게되는 차는 어떤 이름을 붙여줄까 아직은 미정이다. 차의 종류에 따라 또 누가 주로 쓰게 될까에 따라 이름이 붙여질 것이다.
컨수머 리포트지를 읽어보고 컴퓨터를 통해서, 또 차 딜러에게 가서 부지런히 알아본 남편이 혼다 프레루드가 괜찮을 것 같다고 가보자고 한다. 내 말이 나에게는 차가 굴러다녀주기만 하면 되니 자기가 결정하는대로 좋다고 해도 쉽게 결정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우선 나이가 은퇴할 나이인 만큼 이번이 마지막으로 사게되는 차일 수도 있고, 집안 경제사정도 지출을 줄여야 하는 때이고, 차의 성능도 고려해야 하고, 모형도 마음에 들어야 하고… 마지막으로는 마누라의 출퇴근 문제로 해서 차를 한대 더 사는 것이기에 마누라에게 자랑스럽게 선물하는 기분도 가져야 하기 때문에 내 의견에 비중을 두는 것이라 느낀다.
사무실 직원들이 내가 차를 사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싼 차들의 이름을 대면서 그 차를 사느냐고 묻는다. 내 주의의 많은 이들이 하나같이 그런 차를 몰고 다닌다. 솔깃하니 나도 이번에는 그런 차를 살까도 생각해 본다.
곧 새 직장에 출근하기 시작하는 남편이 자기가 평소 갖고 싶어하고 나도 갖고 싶다고 말하곤 하던 차의 이름을 대면서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이다. “그 차는 다음번에 사기로 해요”라고 답을 한다. 정말 괜찮겠느냐고 되묻는다. “응 괜찮아요”하고 쉽게 대답을 해버리니 그이 느낌이 싱거운가 보다.
백만장자도 아닌 내가 그런 차를 몰고다니면서 잃어버릴까봐, 망가질까봐, 또 남의 눈총을 받지 않을까 하면서 차에게 신경을 쏟는 것보다는 “Fun To Drive”가 혼다 프레루드의 슬로건인 것처럼 내가 몰고 다니기에 마음 편하고, 자그마하니 운전하기도 쉽고, 값도 우리 살림에 적당한 이 차를 사기로 한 것이 잘 한 결정인 것 같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