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우 (음악컬럼니스트, MD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원)
성경에는 아브라함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우리가 이 인물을 믿음이 강하다고 일컫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느님이 그의 아들인 이삭을 죽여 제물로 바치라고 하자 그는 번민과 고통을 뒤로하고 그대로 실행에 옮기려 하였다.
물론 최종 순간에 하느님은 양을 보내어 대신 잡아 바치게 하였지만 어찌되었던 이러한 사건을 통해 인류의 역사속에 살육과 제사의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수의 세속적 부모인 요셉과 마리아는 궁핍하여 양대신 비둘기를 잡아 바쳤고 예수는 그 자신이 스스로 제물이 되어 죽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은 가톨릭의 제사인 미사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미사의 5개 주요부분의 하나인 ‘아뉴스 데이(Agnus Dei, 하느님의 어린양)’가 그것이다. 우리가 양을 잡아 하느님께 드리니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이 유목민족이라서 방목하는 양을 도살하여 제물로 바친 것이지 만약 농경민족이었다면 그 제물은 소가 되었을 것이요, 수렵민족이었다면 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어찌하여 유목민족의 대표적인 가축인 양과 농경민족의 가축인 소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으면서 수렵민족의 가축인 개를 죽이는 것이 대해 이렇듯 시끄러운가? 생명은 다 같은 생명인데 말이다.
이는 바로 소위 선진국에서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개를 방 안으로 끌어다놓고 온통 치장과 호사를 아끼지 않으며 인간들의 접대부로 인성(人性)을 부여해 버렸으니 누구도 그러한 애첩이 희생제물이 되기를 바라지 않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따져보자. 과연 충성스럽고 강직한 개들이 이렇게 애교나 살살떠는 기쁨조 노릇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주인이 주는 산해진미보다 수양산에서 나는 고사리를 먹으며 광야에 야생하고 싶다는 백이 숙제 같은 개들은 없는 것일까? 과연 개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은데 이나마도 옆집에 피해가 간다고 성대를 잘라놓으니 언로(言路)가 막히는 기막힌 현실인 것이다.
개는 본래 야생동물이었다. 그런 것이 어느 순간 인간에 의해 가축으로 만들어졌고 이제는 아예 애완용 동물이 되었다. 그리고 만약 이를 아직도 가축으로 생각하는 민족이 있다면 그들은 야만인의 대열에 몰리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개고기를 반대하는 프랑스조차도 개가 가축인 시절에는 버젓이 파리에 상점을 차리고 개, 고양이, 심지어는 쥐까지 팔았다.
또한 미국은 현재도 개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다시 질문해보고 싶다. 과연 개는 애완용 동물이 되어야 바람직한 것인가? 가족들간의 끈끈하고 쌍방향적인 정이 사라져 버린 선진국에서야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왜 이것을 다른 나라에게도 강요하는 것인가? 우리는 애완용 개가 아니더라도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 사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인간은 자신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다른 생명을 죽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생명체에 해당하는 것이다.
본래 인간은 신에 대한 제사라는 형식을 빌어 이와 같은 도살 행위를 지극히 정당화 시켰는데 만약 유대민족이 수렵민족이었다면 그들은 양 대신 개를 도살하였을 것이고 가톨릭의 미사전례에도‘하느님의 어린양’대신 ‘하느님의 강아지’가 들어왔을지 모를 일이며 모차르트는 이 가사에 오페라풍의 운치있는 소프라노 멜로디를 도입하여 대관식 미사곡을 작곡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음악이 있다면 문화제국주의자들의 월권행위 경고용 음악으로는 정말 제격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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