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캠피온, 파트리스 레꽁뜨 등 뛰어난 여자 감독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자가 영화 감독이라고 하면 ‘여류’라는 형용사를 앞에 붙이는 것은 우리들 사고방식의 오랜 습일 게다. 남성들이 아무리 도시락 싸 가지고 다니며 머리 쥐나도록 고민을 할지라도 끌어낼 수 없는 인간 깊숙한 내면, 감성을 여류 감독들은 그 섬세하고 독특한 감각으로 무릎을 딱 치게끔 그려낸다.
찰랑거리는 까만 생 머리가 싱그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안유진양(23). 그녀 앞에 펼쳐질 미래는 아직 그다지 많은 붓 자국이 닿지 않은 하얀 캔버스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빛난다.
홍콩 감독 왕가위의 중경삼림을 보고 가슴 한 구석을 불에 덴 듯,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았던 그녀는 아주 어린 나이에 이미 영화 감독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고, 지금은 그 꿈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칼 스테이트 풀러튼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있다.
공부하랴 데이트하랴 몸이 열 개라도 바쁜 주말, 그녀는 무비카메라를 메고 다니며 그녀가 보는 독특한 세계들을 필름에 옮긴다. 6-10분 짜리 단편 영화들이지만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녀의 나이답지 않은 비범한 감각과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각에 감탄을 한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고 하루아침에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갈 수 없는 것은 영화판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 아직은 단편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이런 습작기간을 통해 언젠가 2시간 길이의 제대로 된 아트 영화를 만들 날을 생각할 때면 그녀의 작은 가슴은 파르르 떨려온다.
남들이 만든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영화를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공부. 펄프 픽션을 만들었던 퀀틴 타란티노 감독은 별다른 영화 학교를 다닌 일없이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영화를 보는 것으로 감독 수업을 대신하지 않았던가. 보는 것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그녀는 영화를 찍고 남은 시간, 극장 수가 많은 영화관을 찾아 두 세 편 정도의 영화를 몰아보며 요즘 감독들의 드라마 만드는 솜씨를 감상하기도 한다. 오렌지 시에 AMC 극장은 30개의 화면에서 다양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어 그녀가 자주 찾는 곳.
완벽한 이중언어 능력과 한국적인 감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그녀와 같은 꿈나무들에게 우리들은 기대가 크다. 한국의 전통 문화 속에 깔려있는 무궁무진한 창조적 소재는 그녀의 꿈과 함께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리라.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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